2023. 9. 1.
여행에서 돌아왔다. 벌써 9월이다. 놀 때는 시간이 잘 간다는 것을 칠레에 와서 알았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짜를 떠올리며 매일 아쉬워한다.
어제 집에 오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빨래를 하고 집을 청소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나와 남편이 매번 하는 일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이 일사천리로 일을 한다. 나는 오자마자 손을 씻고 밥을 한다. 전기압력밥솥의 취사 버튼을 누르고 남편이 여행 가방에서 빼놓은 짐들을 제자리로 옮겨 놓는다. 빨래는 세탁기에, 비상약은 약상자에, 여행지에서 입지 않은 옷은 다시 옷장으로 간다. 밥이 되어가는 동안 내가 반찬을 준비하면 남편은 얼른 청소기를 돌린다. 밥을 먹고 내가 설거지를 하는 사이 남편은 세탁해 놓은 빨래를 널거나 갠다. 이럴 때는 남편과 나의 마음이 척척 맞는다.
오늘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쉬게 했다. 아이들은 휴일 3시간 공부가 싫어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난리다. 나와 남편은 쉬고 싶었다. 나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일이 부담스러웠고 남편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일이 힘들었다. 큰아이가 여행 중 열이 났던 것을 이야기하며 잘 설득했다. 이제 아이들이 커서 아이들의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일이 추가되었다.
집을 떠나 있으니 글쓰기와 독서에서 멀어졌다.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책을 읽었다. 책은 읽고 싶은데 글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사이 글쓰기가 마음에서 많이 멀어졌나 보다. 뭐라도 써보고 싶어서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여행의 좋은 점 하나를 발견했다. 아무리 바쁜 여행이라도 중간중간 시간이 생긴다.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할 때,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 등등. 일상에서 멀어지면서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여행지에서 불쑥 어떤 기억이 떠오르고 그때의 감정들이 생각나서 당황했다. 그런 감정들을 통해 나를 찬찬히 돌아봤다.
나에게는 해결해야 할 감정이 있다. 가족을 향한 미움. 특히 부모님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다. 여행지까지 따라온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나는 힘들었다. 금방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내 마음은 한 발짝도 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에 계신 상담 선생님께 화상으로 상담을 받을까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