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3.
큰아들이 몸살감기에 걸렸다. 여행 중에 열이 났다가 내려서 몸이 괜찮아진 줄 알았다. 어제 큰아이는 기운이 없어 보이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냈다. 자기 전에 큰아이가 사춘기라서 그런 것 같다고 남편한테 이야기했는데 사실은 아픈 거였다. 아이가 나에게 보였던 사소한 증상이나 정보를 놓칠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좀 더 쉬라고 할걸. 어제 시장에 데리고 나가지 말 걸. 몸이 아프냐고 물어볼걸. 후회가 밀려온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나는 죽을 끓인다. 내가 아플 때 누군가가 내가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보여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성스러운 방법이 죽을 끓이는 일이다. 내가 받고 싶은 것을 남에게 베푼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프다. 주로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플 때도 있다. 여행 준비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여행 전 날은 여행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여행 기간의 동선을 파악하며 중간중간 빠진 일정이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초조해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거울을 보면 이마 쪽에 흰머리가 촘촘히 나 있다.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늙는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절대 여행은 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내가 원하는 여행은 돈이 많이 드는 패키지여행이다.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고 나는 가방만 들고 가면 되는 여행이다.
페루 여행을 앞두고 있다. 작년 12월, 페루 여행을 계획하고 출발 직전에 내가 아파서 취소했던 적이 있다. 금전적인 손해가 심했다. 이번에는 꼭 가야 한다. 페루와 자꾸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잘 다녀오고 싶다. 다녀오면 나는 또 흰머리가 늘어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