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7.
나는 몸과 마음 중 하나라도 불편하면 악몽을 꾼다. 어제는 피곤했고 자기 전까지 여행 정보를 찾느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꿈에서 누군가 나에게 다가온 것 같은데 그 느낌이 싫어서 소리를 질렀다. 내 비명 소리에 놀란 남편이 깨어나 자고 있는 나를 안아주었다. 그제야 꿈이라는 것을 알고 나는 안심했다. 무서운 꿈을 꾸고 나면 지친다. 아침에는 늦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요즘 계속 비가 오고 날이 흐렸다. 칠레의 겨울은 우기라서 비가 오고 흐린 날이 지속된다. 남편에게 오늘 날씨가 어떤지 날씨앱으로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며 나는 말했다.
"이렇게 계속 날씨가 안 좋으면 우울증 걸리는 사람이 많겠어."
칠레 사람들을 걱정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나도 우울해질 것 같아 불안하다는 말이다. 날씨의 영향 때문인지 몸도 기분도 늘어진다.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화창하게 떴다. 거실에 들여놓은 빨래 건조대를 얼른 테라스로 옮겼다. 덜 마른 빨래처럼 내 마음이 축축해지지 않으면 좋겠다. 여행을 준비하는 내 마음이 너무 비장해지지 않으면 좋겠다. 하나씩 알아가고 알아내는 즐거움을 맛보기를 바란다. 정보가 쌓일수록 마음이 더 가벼워져야 하는데 뭔가 묵직한 불안함이 남아 있다. 여행 일정 중 선명하지 않은 것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호텔을 결정하지 못해 망설이고 있다. 오래 고민하지 말고 빨리 결정해야겠다.
여행은 끊임없이 나를 선택에 직면하게 한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잘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나는 무엇을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은데 여행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이유를 조금은 알겠다. 나는 카페에 가서 내가 마실 음료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가성비를 따지고 내 몸 상태를 파악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마시는지도 확인한다. 인터넷 쇼핑은 오래 걸린다. 검색만 하다 지쳐서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한 번에 살 때도 있다. 내 머릿속에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결정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돈과 시간이 적게 들면 잘한 결정일까. 나쁜 결정은 뭘까.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도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 좋은 결정일까.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어서 결정을 자꾸 미루는지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