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서 밖으로!

2023. 9. 5.

마치 누구를 만나기로 약속한 것처럼 설레는 아침이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을 청소하고 난 후 시장 가방을 챙겨 얼른 마트로 갔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코로 들이마시고 안데스 산맥에 쌓인 눈을 보며 힘차게 걸었다. 혼자 걸어도 무섭지 않았다. 이렇게 혼자 걸어본 것도 오랜만이다. 바깥공기는 매연으로 깨끗하지 않았지만 밖에 있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몸이 괜찮을 것 같았다.


아침까지 가슴이 답답했는데 밖에 나갔다오니 괜찮아졌다. 어젯밤에 했던 다짐을 지켜서 뿌듯했다. 오늘은 음식을 조심조심 먹었다. 조금만 먹고 천천히 먹었다. 나와 남편은 먹는 속도가 빠르다. 남편이 제일 빠르게 먹는다. 이어서 내가 다 먹고 나면 아이들에게 빨리 먹으라고 재촉한다.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과 점심을 먹으며 우리 천천히 먹자고 약속했다. 오늘은 배가 아프지 않고 체한 느낌이 없었다. 다행이다. 아프지 않은 날에 감사하게 된다.


나에게 밖에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면 좋겠다. 마트가 아니어도 집 앞 공원에서 혼자 산책하는 내가 되면 좋겠다. 꾸준히 하는 내가 되길 바란다. '꾸준히'는 정말 어렵다. 외출을 이렇게 싫어하면서 직장은 어떻게 다녔나 싶다. 밥벌이는 집순이도 움직이게 만든다.


내일은 남편과 오랜만에 골프를 치러 가기로 했다. 남편의 "내일은 골프 치러 갈까?" 하는 말에 잠시 두려웠지만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나가면 걷게 되고 걷다 보면 기분이 괜찮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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