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2.
여행을 앞두면 다른 일들은 하지 못한다. 골프도 가기 싫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에너지를 여러 가지 일에 적절하게 분배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여행 준비가 끝났다. 정확히 말하면 여행 계획서 작성이 끝난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다르게 계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했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여행 비용까지 산출하고 나니 여행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이 즐거운 거구나. 돈을 많이 쓰니까.
이제 인터넷 검색은 그만하기로 했다. 눈이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오늘은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여행 전 내 몸에 일어나는 반응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걱정, 불안이 몸으로 나타난다. 나를 믿기로 했는데 그게 어렵다. 지난밤에는 꿈에서 내가 여행 계획서를 쓰고 있었다. 이 정도면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보다 '계획했던 대로 안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준비는 다 끝났고 이제 비행기만 타면 되는데.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지든 해결하면 되는 건데. 나는 여전히 초조하다. 여행을 완벽하게 잘하고 싶은 건가. 완벽한 준비라는 게 있을까. 내 안에 '완벽'을 내려놓아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완벽한 계획서를 써놓아도 그건 계획일 뿐이고 실제 삶과 여행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제 받아들여야겠다. 빈틈이 있고 실수가 있고 예상치 못한 순간이 있는 것이 삶이고 여행임을 명심해야겠다.
부디 안전하기를, 건강하기를. 이제 기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맞이해야겠다. 나와 남편을 믿고 아이들을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