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4.
피곤해서 그렇다. 페루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잘 마치지는 않았다. 중간에 여권과 가방을 잃어버려서 여행 일정을 변경했다. 대사관에서 긴급 여권을 받고 여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칠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기내식을 늦게 주는 바람에 먹지 못했고 여행 가방은 파손되었다. 우여곡절과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많이 당황한 나와 남편은 빨리 집에 오고 싶었다.
여행도 사는 것과 같다고 마음속으로 누누이 말하면서도 기대했던 것과 다른 상황에 매번 당황한다. 사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여행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가장 꼼꼼하게 준비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여행이었다. 결과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했다.
집에 와서 짐을 정리하며 다시는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아마 몇 주 후에는 다시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일상을 빨리 회복하고 싶다.
오늘 남편이 말했다.
"다른 여행은 갔다 오면 후련했는데 이번 여행은 집에 와서도 찜찜해."
그렇다. 남편은 여권을 재발급받고 신분증을 다시 만들며 휴대폰 유심을 다시 사야 한다. 할 일이 많다.
나는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장을 봐서 열심히 요리를 해야 한다. 이게 일상이다. 고산병 후유증으로 여전히 머리는 무겁고 맑지 않지만 쉬면서 천천히 여행 전으로 돌아가야겠다. 여행 이야기는 차분하게 글로 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