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5.
해가 길어졌다. 맑은 날이 많아졌다. 내 기분도 밝아졌다. 예전에 비해 빨래가 잘 마른다. 봄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의 벚꽃 필 무렵의 날씨다. 약간의 서늘함과 햇빛의 따뜻함이 딱 그 날씨다.
칠레의 사계절을 겪어보았다. 겨울이 가장 힘들다. 추위를 타서 그렇기도 하지만 흐린 날씨가 많아 기분이 우울해진다.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겨울 내내 '밖에 나가야 해!' 하며 나를 재촉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흐린 날씨 앞에 내 의지는 작고 소중할 뿐이었다. 매일 의지가 약한 나를 확인하는 날들이 많았다. 속상했다.
한국에 돌아가려면 이제 8개월이 남았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벌써? 그거밖에 안 남았어?"라고 한다. 사람들은 내 일에 그만큼 관심이 없고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남을 신경 쓰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나는 내가 생각한 것만큼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덜 비장하게 살아도 되겠다.
오늘은 동료교사와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 남편과의 대화도 즐겁지만 여자들끼리의 수다가 많이 그리웠다. 조금 흥분했던 것 같다. 학교에 관한 소식은 아직도 우울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 내가 학교에 없다는 것이 다행스럽지만 고생하고 있을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빨래는 아직 밀려 있고 냉장고는 텅 비어 있다. 집은 여전히 청소할 곳이 많다. 사야 할 물건이 있고 가봐야 할 곳도 있다. 하나씩 해결해가고 있다.
화창해진 날씨처럼 내 기분도 산뜻해지면 좋겠다. 봄이 되면 우울한 날보다 괜찮은 날이 더 많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