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또 조심

2023. 9. 26.

온통 조심할 것 투성이다. 시장에 갈 때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오늘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시장으로 갔다. 백팩을 메면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칠레 교민의 조언에 따라 시장에는 장바구니 카트만 들고 간다. 오늘처럼 오랜만에 시장에 가는 날은 짐이 많아 손으로 들 수 있는 가방까지 가져간다. 오늘도 남편과 나의 두 손 가득 물건을 잔뜩 들고 왔다. 어깨와 손목이 아팠다.


칠레에 처음 입국할 때는 공항에서부터 백팩을 앞으로 멨다. 흉흉한 이야기가 많아서 무서웠고 그래서 조심했다. 칠레에서 산 지 일 년이 넘어가자 점점 마음이 느슨해졌다. 백팩을 다시 메기 시작했다. 그러다 칠레에서 만난 지인의 조심하라는 말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요즘 들어 배가 자주 아프다. 찬 음식, 자극적인 음식, 카페인, 기름진 음식 등에 장이 이전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음식을 많이 먹어도 좋지 않다. 한국에서 처방받아서 가져온 약을 수시로 먹고 있다. 칠레에서는 칠레 약국에서 산 약이 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나는 한국약으로 버티고 있다.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다니. 여러 가지로 사는 게 번거로워졌다.


외국에서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특히 한국사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마음의 벽이 말랑해진다.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약간 생긴다. 그러다 믿었던 한국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이용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요즘 나에게 자주 연락하는 칠레에서 만난 지인이 있는데 이상하게 거슬린다. 아직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덜 되어서 조심하고 있다.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데 거절하기도 불편하다. 사람이 제일 따뜻하지만 제일 무섭기도 하다.


한국에 있으면 조심할 것이 줄어들까. 외국에 살고 있으니 늘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그게 제일 힘들다. 안전감과 안정감이 없는 것. 아이들에게 조심하라는 잔소리가 더 많아졌다.


내가 조심하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가 조심해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조심하면서 불안에 떨기보다 순간에 집중하는 집중력이 필요할 것 같다. 순간에 집중하는 훈련은 바로 명상이다. 명상! 다시 시작해야겠다. 명상을 놓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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