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커피가 맛있어지다

2023. 10. 12.

어제 골프를 다녀와서 냉장고에 넣어 둔 커피를 마셨다. 시원했다. 얼음을 넣은 아메리카노는 아니지만 차가운 커피가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은 여름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칠레에서 보내는 두 번째 여름이자 마지막 여름이겠다. 덥지만 짜증 나지 않는 고온건조한 칠레의 여름을 나는 좋아한다. 여름에는 맛있는 과일이 많아진다. 나와 남편이 좋아하는 체리를 싸게 먹을 수 있다. 기다려진다.


한국에서 가깝게 지냈던 선배 교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시차를 고려하여 한국이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답장을 보냈다. 메시지를 보낼 때는 신중하려고 애쓴다.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를 읽고 또 읽는다. 내가 보내려는 메시지도 읽고 또 읽는다. 혹시나 잘못 해석하여 엉뚱한 내용을 써서 보낼까 봐 조심한다. 상대방의 말이나 글을 내 입장에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그런 실수를 그동안 많이 해왔다.


메시지를 보내고 난 후 선배 교사의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어떤 문장에서는 다른 의미가 추가되어 해석된다.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은 없지만 글을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상대방의 말도 잘 듣고 제대로 해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해 없이. 우리는 자주 이런 오해로 인해 다투는 것 같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이해했다면, 누군가의 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했다면, 내 판단을 조금 내려놓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갈등들이 떠오른다.


말을 하고 난 후 후회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아차!' 하는 순간이 있다. 말은 뱉으면 절대로 주워 담을 수 없고 메시지는 주워 담을 수는 있지만 크게 효과가 없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차분히 내 이야기를 고르고 다듬는 연습이 필요하겠다. 특히 나처럼 성격이 급한 사람은 즉각 즉각 일을 처리하려는 습관이 있어서 실수할 확률이 높다. 차분하게 머릿속으로 단어를 만지고 고르고 다듬어야겠다.


작년 칠레의 여름은 '닥쳐'왔지만 이번 칠레의 여름은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맞이'해야겠다. 집에서는 선풍기 바람으로 시원하게, 밖에서는 골프장에서 뜨겁게 보내고 싶다. 나의 글쓰기 실력과 골프 실력 모두 뜨겁게 불타오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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