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럽지 않은 금요일

2023. 10. 13.

이제 금요일 오후에 학교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지 않아도 된다. 둘째 친구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때문이다. 금요일이 되면 늘 마음이 무거웠다. 밥을 먹으면서도, 쉬면서도 마음속으로 '아! 오후에 애들 데리러 가야 되는데'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금요일에는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배가 아플까 걱정되어서다. 버스를 타고 가다 배가 아프면 난감해진다. 스페인어가 서툰 나는 이곳에서 자주 위축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조심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뿐하게 혼자 청소했다. 오랜만이다.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는 남편이 도와줘서 그동안 청소가 수월했다. 오늘은 혼자 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내친김에 화장실까지 깔끔하게 청소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청소를 하고 나면 후련하고 상쾌하다. 이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청소를 하는 것 같다.


어떤 책에서 작가가 자신이 잤던 이부자리를 정리하며 삶이 정돈되는 느낌이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소한 행동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것과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일은 금방 해치워야 되는 집안일이 아니라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한 행동이라는 뜻으로 나는 해석했다. 집안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 가끔 떠올리는 문장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이제 흔하고 흔해서 들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흔하고 흔한 말이, 사소한 말이,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사실은 중요한 것일 수도 있음을 요즘 자주 생각한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잘 듣고 공감까지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번 나에게 식당에서 덤터기를 씌웠던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그가 나에게 만나자고 하지는 않았다. 금요일 오후에 가끔 만나서 아이들의 학교에 같이 간 적이 있다. 그의 아이도 나의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닌다. 일부러 한 행동이 아닐지라도 비싼 식당에 나를 데려간 그의 행동이 두고두고 화가 났다. 그와의 만남이 부담스러웠다. 오늘처럼 부담스럽지 않은 날에 부담스러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스스로 내 마음이 편한 쪽으로 관계를 조정하려고 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날에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과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밥을 먹으며 부담스럽지 않은 만남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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