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14
어제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 안에 있는 탁구장에 갔다. 남편이 대학원에 가 있는 동안 아이들은 심심해한다. 특히 아빠 껌딱지인 둘째는 심심함에 몸부림친다. 나는 버스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지 않아 피곤하지 않았고 저녁은 전날 먹고 남은 음식을 먹으면 돼서 마음이 가벼웠다.
김신지 작가의 말이 맞았다. 바쁘면 나빠진다는 것. 여유로운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기 쉽다.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시간을 같이 보낸 것만으로 나는 좋은 엄마가 된 것 같았다.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행복해졌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아이들을 다그쳤다. 밥을 빨리 먹어라, 옷을 빨리 입어라, 숙제 얼른 해라, 샤워하고 얼른 자라.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이들과 눈만 마주치면 나는 아이들을 재촉했다. 시간이 없다고, 엄마는 쉬고 싶다고.
일을 하지 않는 지금도 나는 자주 서두른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디데이로 설정해 놓고 매일 확인하며 칠레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탄한다. 시간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을 제대로 보내야겠다고 나를 몰아붙인다.
'의미 있게, 제대로'라는 단어가 목에 걸린다. 한국에서 나는 그 단어를 좇으며 나를 돌보지 못했다. '의미'는 누가 찾는 것인지, '제대로'는 누구의 입장에서 제대로인지 알지 못했다. 모든 기준이, 시선이 남에게 향했다. 내 행동 하나하나를 의심했다. '의미 있는 일이야?', '제대로 하고 있어?'
시간이 많다고 해도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내 삶은 그대로일 것이다. 바쁘지 않아도 나쁜 사람일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시간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였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여유로운 주말 아침, 나는 아이들에게 얼른 밥을 먹으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나에게 빨리 집안일을 끝내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이만하면 오늘 아침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나와 아이들을 몰아붙이지 않는 것만으로 꽤 '의미 있다'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