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15.
아이들이 오후에 친구집에 다녀왔다. 아파트 옆 동에 둘째의 친구가 살고 있다. 최근에 등하교를 같이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친구 동생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다. 남편과 나에게 4시간의 자유 시간이 생겼다. 한국에 살았다면 "야호!" 하며 둘만의 데이트를 즐겼을 텐데. 나는 운동을 하고 남편은 대학원 과제를 했다.
주말에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집이 시끌벅적하다. 끼니는 왜 이렇게 자주 돌아오는지. 밥을 챙기다 하루가 다 가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장난치는 소리 때문에 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없는 집은 조용했다. 나는 조금 지루했다. 아이들이 눈에 안 보이면 불안하고 눈에 보이면 힘들다.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 오지 않자 슬슬 불안해졌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자 안심하면서 잔소리하기 바빴다.
외국에 살고 있으니 나는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었다. 내 안부를 묻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가끔 수다를 떨고 싶을 때가 있지만 나는 타인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 편이다. 바쁘게 일상을 살아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나는 이미 잊힌 존재일 것 같다. 자주 연락하지 않으면 할 얘기가 없다.
친정 식구들과는 세 달 전에 연락을 끊었다. 친정 식구 중 유일하게 언니와 가끔 연락하고 지냈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멀어졌다. 친정 식구들에게는 서운함만 남았다. 앞으로 이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나는 친정 식구와의 관계를 회복할 생각이 없다. 부모님과 관계를 끊은 후 많은 것들이 편해졌다.
남편이 시부모님과 전화로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어색하면서도 부럽다. '나도 저런 부모님을 갖고 싶었는데'하며 나도 모르게 우울해진다. 내가 가진 것 중 많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정상적인 부모'일 것이다. 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많았다.
결혼 전에는 나에게 부모님에 대해 묻는 질문이 가장 불편했다. 부모님에 대해 최대한 포장을 해서 이야기하고 나면 슬펐다. 결혼을 하니 사람들은 남편에 대해 물었다. 나는 당당했다. 남편에 대한 많은 것들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남편이 자랑스러웠고 남편에 대해 자랑했다. 그제야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따뜻한 남편과 넉넉하지는 않지만 쪼들리지 않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나는 가끔 외롭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는 더 그렇다. 아이들과 남편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노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막상 혼자라고 느끼면 슬퍼지는 이유는 뭘까.
내 안에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타인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나도 있다. 같이 있을 때 버거운 것은 그 사람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에 나는 아이들과의 시간이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마치 부모님의 존재가 나를 버겁게 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