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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Oct 30. 2023

U마트에 가면서 웃다

든든한 하루

분주한 아침이었다. 오늘은 아침 7시에 비대면 명상 수업이 있는 날이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오늘은 잠이 일찍 깨지 않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겨우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을 싸놓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명상 수업은 한국과 연결되어 있는 중요한 끈이다.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런 내 마음을 남편은 잘 안다. 남편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불을 정리했다. 내가 수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방에 노트북과 노트북을 놓을 의자를 가져왔다. 헤드셋을 연결하고 노트북을 충전해 놓았다. 주방에서 서두르는 나를 보면서 도와줄 것은 없는지 묻고 나중에는 도시락 반찬 만드는 것을 마무리해 주었다. 남편은 참 다정하고 친절하며 따뜻하다.


세상 모든 자극에 예민한 나는 모든 것들이 불안하다. 작은 소리에도 힘들어하고 큰 소리는 무서워한다. 그동안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가족과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배경에는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스티로폼 같다. 나를 자극하는 것과 나 사이에 끼어서 충격을 완화시키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뽁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주에 저녁 초대를 받았다. 나를 초대한 사람은 둘째 친구의 엄마이다. 그는 이혼을 했다. 그곳에서 그의 친정 부모님을 만났다. 그분들은 경제적 능력이 있었고 자식을 위해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든든해 보였다. 오늘 아침 갑자기 그가 떠올랐다.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든든한 부모님이 있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마음 놓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남편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냥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자기한테는 내가 있잖아."


나는 그 느낌을 이제 알겠다. 든든하다는 것은,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나답게 살게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에게 유리하고 내게 맞는 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그것을 나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통해 체득했다. 그 감각 덕분에 나는 내게 선을 넘는 사람에게 넌지시 선을 지키라는 경고를 보낼 수도 있고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거절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조금씩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하며 지켜본 남편의 모습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남편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지나칠 수 없었다. 오늘 하루도 나는 든든할 것이다. 조심성 없는 남편이 잃어버린 신용카드를 만들러 은행에 갔다가 마트로 향하는 발걸음이 주체할 수 없이 가벼웠다. 남편과 웃으며 U마트에 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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