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함이 필요할 때

2023. 11. 02.

어제 남편 친구의 집들이에 다녀왔다. 마라탕이 맛있었고 맥주는 더 맛있었다. 새로운 지인을 소개받았고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놀고 온 날은 이상하게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고 자려고 누우면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각성제를 먹은 사람처럼 피곤함을 잊어버린다.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다. 맥주 1캔 정도, 내 주량에 딱 적당한 양이다. 무엇이 나를 들뜨게 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20대부터 나에게 음주 후 '조증'이 있었던 것 같다. 술을 마시고 나면 깊은 잠을 못 잔다. 자다가도 금방 깨어난다.


다행히 아침에는 흥분이 가라앉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하다. 졸리면 언제든 침대로 들어갈 작정이다. 그런데 자꾸 궁금하다. 술 마시면 나는 왜 그러는지. 그동안 사람을 너무 만나지 못해서 그런가. 술은 나에게 유해한 물질일까. 흥분의 원인이 술인지, 사람인지 몰라서 답답하다.


내 몸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통증은 세심하게 살펴봐야겠지만. 몸에 큰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라면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대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내 몸에서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구나'하고 조심하면 될 일이다. 신중하되 심각해지지는 말자.


어제 먹었던 마라탕은 맛있었지만 조금 매웠다. 배가 부르지 않았지만 과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으로 인해 나중에 배가 아플 것을 우려해 적당히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일부러 식욕을 통제하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먹기를 그만둘 수 있었다. 내 장이 약하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어서다. 조심하지 않으면 나는 어떤 고통을 겪게 될지 알기 때문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로 인해 실수를 예방할 수 있고 그와 비슷한 일에 잘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분석하며 사는 것은 피곤할 것 같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내가 그것에 대해 충분히 알고 받아들인다면 별문제 없이 지나갈 일이다. 사소한 것에 마음을 쏟되 너무 비장해지지 않기로 했다.


음주 후 흥분이 나타나는 증상은 그냥 지나가도 괜찮은 일이다. 술을 마시고 난 후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술은 휴일 전날에 마시는 것이 좋겠다. 이 깨달음은 오늘 오전에 글을 쓰다 너무 졸려서 푹 자고 일어나서 얻을 수 있었다. 차분함은 내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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