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가 해결된 휴일

2023. 11. 1.

오늘은 칠레의 공휴일이다. 칠레는 휴일이 많아서 이번에는 어떤 이유로 쉬는지 확인해보지 않았다. 아침은 어제 끓여놓은 국으로 대충 해결했다. 나머지 두 끼는 집이 아닌 곳에서 먹을 예정이다. 계획에 차질이 없기를 바란다. 점심은 칠레의 휴일에 맞춰 열리는 한인의 날 행사장에 가서 먹을 것이다. 먹을 게 없을까 봐 걱정이다. 저녁에는 남편 친구의 집들이에 갈 것이다. 오늘 저녁은 마라탕이다. 드디어 마라탕을 먹게 된다. 저녁 초대 전화를 받을 때부터 엄청 설렜지만 잠은 잘 잤다. 잘 먹으려면 잘 자야 한다.


휴일에 끼니가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안심한다. 할 일을 잘 마치고 난 후의 안도감. 이 맛에 밥 하지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안심은 잠시고 곧 다가오는 끼니에 대한 걱정이 시작된다. 삶은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인생은 고통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주방으로 간다. 다행히 며칠 동안 열심히 일한 덕분에 냉장고에 빈 공간이 생겼다. 비우고 나면 다시 채워야 되는 일, 고통은 끝이 없다.


관리실에는 인터넷으로 장 본 물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실온에 오래 두면 상할 음식들은 없어서 남편이 가지고 오기를 기다린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채우면서 '뭘 해서 먹나' 하는 고민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 고민은 내일로 미룰 것이다. 오늘만큼은 오늘만 사는 여자이고 싶다.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은 오늘은 안 하고 싶다.


큰아이가 감기에 걸려 신경이 좀 쓰였으나 잘 먹이고 잘 재웠더니 좋아졌다. 잘 먹고 잘 자는 것. 한창 크고 있는 나의 아이들과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나와 남편에게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잘 먹고 잘 자려면 큰 걱정이 없어야 한다. 걱정이 없기는 어려우니 걱정이 생기면 내 마음을 잘 돌봐야한다. 마음이 잘 돌봐지면 잘 먹고 잘 잘 수 있다.


'먹는 일이 사는 일이다'라는 문장을 고수리 작가의 글에서 읽었다.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릴 때 뿐만 아니라 몸이 아파서 잘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떠오르는 문장이다. 잘 먹어야 잘 산다. 오늘도 나는 잘 먹고 잘 먹여야겠다. 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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