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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un 07. 2022

나는 엄마를 용서할 수 있을까? (3)

다시 쓰는 용기

복잡한 내 마음, 정리가 필요해!


한동안 마음이 힘들었다. 우울했고 몸에 기운도 없었다.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머리가 복잡해지니 글을 쓸 수도 없었다. 머릿속에 명료함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날 있었던 엄마와의 통화 내용을 떠올리며 내 선택이 맞았는지 계속 확인했다.


"너 엄마 아픈 거 언니랑 오빠한테 이야기했냐?"

"아니, 안 했는데... 왜요?"

"아무도 나한테 전화가 안 와서 그런다."

"내가 언니랑 오빠한테 엄마 아픈 거 이야기해야 된가? 엄마가 직접 하면 되잖아요. 나한테는 아프다는 이야기 맨날 하면서 왜 오빠랑 언니한테는 못하는데?"

"네가 편하니까!"

"내가 편하면 뭐든 내가 다 해야 된가!"


엄마는 화가 나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그날 나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고 아이들의 체험학습 준비로 바빴다. 엄마의 전화를 친절하게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당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나더러 언니, 오빠에게 전하라고 강요하는 말에 나는 미칠 것 같았다. 


어버이날 즈음 병원에 있는 엄마에게 메시지가 왔다. 안면마비가 와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 생일을 챙겨 주지 않은 엄마에게 서운해하고 있었다. 엄마에게 아프다는 메시지가 오자마자 불현듯 '왜 이런 소식은 나한테 가장 먼저 전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엄마가 괜찮은지 전화로 확인했고 약을 먹으면 괜찮다는 대답을 들었다. 어버이날 일부러 추어탕을 사서 남편과 엄마 집으로 갔다. 엄마에게 서운했던 내 마음을 감추고 나는 엄마에게 마음을 썼다. 


부모님은 늘 그랬다. 힘든 일은 가장 먼저 나에게 알렸다. 돈 문제도 건강 문제도. 전화를 끊었던 엄마는 메시지로 나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다 읽으면 내가 살 수 없을 것 같아 제대로 읽지 않고 카톡과 전화 모두 수신을 차단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해버렸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연락이 두려웠다. 또 어떤 막말을 쏟아낼지 몰라 나는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일어날 일은 언젠가는 일어나는 법. 나는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진작에 그동안 내가 부모님을 어떻게 대했는지, 부모님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돌아봤어야 했다. 미뤄놓았던 숙제를 해결하듯 나에게 일어난 일을 겪어내 보기로 다짐했다. 


요즘 내 일기장에는 엄마를 원망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써도 써도 끝이 없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로까지 가서 엄마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장면들이 계속 떠오른다. 오늘 아침에는 양치를 하다가 문득 '나 학대당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상담도 받았다. 처음에는 부모님을 다시 보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힘들었다. 나중에는 부모님을 보지 않겠다는 내 선택이 정당한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힘들었다. 상담자는 부모님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도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다.


이 문제는 내 존재에 대한 가장 중요한 물음 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묻는 물음.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그동안 살던 대로 살아버렸다. 다시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내가 괜찮아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이번에는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짚고 넘어가 보겠다. 더 용기 내 보겠다. 나를 더 잃어버리지 않도록 글쓰기도 멈추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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