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여행과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곧 돌아가게 될 한국에서의 생활을 자주 고민한다.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다. 이곳 생활이 한갓지고 좋지만 늘 달뜬 기분이다. 돌아갈 곳이 있는 아니 돌아가야만 하는 곳이 있는 사람은 마음이 그럴 것이다.
한국에 가서 차분하고 잔잔한 일상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 내가 오래도록 자라왔던 곳, 그래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곳에서 사는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 음식을 그리워하는 줄 알았는데 나는 익숙하고 편안한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예측이 가능한 삶이 그립다.
외국에서 사는 일은 여행과도 비슷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대처가 어렵다. 마음이 수시로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한다. 내가 2년 가까이 이런 환경에서 이런 마음으로 살았다고 생각하니 참 피곤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도가 높은 나에게 외국에서의 삶은 더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유럽 여행을 준비하며 기차와 비행기를 예약하는데 한 번에 되는 경우가 없다. 결제가 안되거나 홈페이지에 접속이 안되거나 결제 오류가 생긴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까지 여행을 꼭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편한 이동 방법을 고민하고 더 편안한 숙소를 찾느라 매일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매일 남편과 함께 세끼의 식사를 챙기고 청소와 빨래를 하며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고 있다. 집에만 있으니 힘들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탓인지 자주 피곤해진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라 그런 것 같다. 아침에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는데 큰아이의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냐는 말에 불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사실과 감정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라고 알려주었다.
내가 이곳에서는 이방인이라는 것 그리고 이방인은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나는 좀 더 편안해질까. 가끔씩 왔다가는 편안함에 만족해야 할까. 이방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나는 아직 낯설다. 안정적인 이방인, 편안한 이방인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이 되기 전에 나는 한국으로 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