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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an 13. 2024

돌아온 마음

몸도 같이 돌아왔다

여행 준비로 바쁘게 지냈다. 몸보다 마음이 더 바빴다. 호텔과 기차 예약을 하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몇 번이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아직 여행을 떠나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지쳐 있다. 실수가 없는, 틀림이 없는 완벽에 가까운 여행 준비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것을 놓지 못했다.


여행 준비를 지금보다 더 일찍 시작할 수도 있었다.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나를 조금은 아니까. 그것에 계속 매달리고 신경 쓰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차라리 단시간에 후딱 처리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할 것이라는 것도 짐작했다. 


제일 중요한 숙소와 이동 수단 예약이 마무리되자 비로소 나는 마음을 놓았다. 그제야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을 낼 수 있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온통 그 생각만 하는 나를 다시 확인했다. 예민해져서 짜증은 많아지고 배가 아프고 소화가 되지 않는 여러 날을 보냈다. 커피와 라면은 끊었고 음식은 조금씩만 먹어야 했고 약을 달고 살았다. 학교에서 일할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은 커피를 마셨는데 몸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맥주도 괜찮았다. 몸도 원래 자리를 찾았다. 내일은 토요일, 점심에 라면을 먹는 날이다. 벌써부터 설렌다. 면발 하나하나를 충분히 만끽하며 먹을 것이다. 그동안 고생한 나를 위로하며 먹어야겠다. 부디 배가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노트북 앞에서 떠나지 못하는 여러 날을 보내야 한다. 여행 카페와 블로그에 있는 글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뭐든 시작하려면 읽는 것부터 해야 한다. 읽다가 내용이 이해가 안 된 상태로 잠을 자면 악몽을 꾼다. 아침이 되면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갑자기 이해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자는 동안 뇌가 알아서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와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모양이다. 앞으로 이해가 안 되는 글을 발견하면 그냥 자기로 했다. 자고 나면 달라질 것이라 믿고.


오늘밤은 푹 자고 싶다. 좋은 꿈을 꾸고 싶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 좋게 복권을 사고 싶다. 내일 하루는 그렇게 시작하고 평온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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