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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an 21. 2024

이제 떠나도 될까

긴 여행을 앞두고

두 번의 밤을 보내고 나면 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 앉아 있을 것이다. 38박 39일의 여행을 준비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매일 노트북 앞에 앉아 우리 가족에게 맞는 숙소를 찾아 헤맸고 기차, 투어, 관광지 입장권 예약을 위해 블로그를 샅샅이 훑었다. 종종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배가 아플까 봐 약을 먹었으며 배가 아플 때마다 불안과 피곤을 마주해야 했다. 


평온했던 일상을 두고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이곳에 와서 여행을 갈 때마다 늘 하는 질문이다. 막상 여행지에 가서는 답을 구하지도 찾지도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 나만의 답을 가지고 돌아와야겠다. 나는 머물고 싶은 사람일까, 아니면 떠나고 싶은 사람일까. 둘 다 일까. 이번 여행이 끝나고 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가 시작된다. 그동안 여행에 많은 돈을 탕진(?)한 덕분에 빈털터리로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열심히 돈을 벌 수밖에 없겠다. 


할 일이 많았다. 여행 정보를 찾는 틈틈이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어야 했고 세끼의 식사와 청소까지 같이 하느라 힘들었다. 요즘 갑자기 더워져서 불 앞에서 밥을 하는 시간이 제일 힘들었다. 냉장고를 비우기 위해 남아 있는 식재료로 식단을 짜는 일은 어려웠고 소박하다 못해 빈약한 밥상을 차려내는 마음은 불편했다. 오늘은 남편의 나에 대한 배려를 가득 담은 피자를 사 먹자는 제안에 나는 반색했다. 


인터넷에 여행 정보는 차고 넘쳤다. 다 읽고 싶은 마음에 틈날 때마다 정보를 검색하느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Chat GPT에 묻고 또 물었다. 아이들 때문에 와이파이를 꺼놓는 시간이 많아 데이터를 다 써버려서 데이터를 두 번이나 충전했다. 나의 검색은 여행 중에도 계속될 것이다. 


여행 계획서 작성이 끝나자 이제는 그만 보고 싶어졌다. 그냥 여행지에 가서 보고 결정하자는 마음마저 들었다. 내 여행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고 설레고 두렵다. 나는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까. 


여행 기간이 긴 만큼 여유 있게 여행하고 싶다. 어렵게 시간과 돈을 내고 왔으니 본전 생각에 부지런히 돌아다니다 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좋은 것을 보고 기뻐하는 순간을 잘 기록하고 싶다. 이 여행을 책임져야 한다는 과한 책임감 때문에 스스로 불행해지지 않도록 내 몸과 마음을 자주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종종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까지 생긴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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