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2024. 3. 13.

어제는 시장에 다녀왔다. 배추와 무를 사서 김치를 담갔다. 주방과 싱크대가 좁아서 김치를 담그기에는 열악한 상황이다. 시장은 치안이 좋지 않아 잔뜩 긴장하면서 다녀온다. 어제는 하루 내내 주방에서 서서 일한 것 같다. 잠깐 쉬기는 했지만 해야 할 일을 두고 마음이 불편한 상태로 쉬는 것은 휴식이 아니었다.


한국에 가면 나는 김치를 담가서 먹을까 아니면 사서 먹을까. 사 먹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는 맛있는 김치가 많다. 아마 지금보다 김치를 더 적게 먹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많으니까. 한국에서 나는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김치가 없어도 밥을 잘 먹었다.


상황에 따라 마음과 생각이 변하는 것을 본다. 누군가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말과 행동에 예전의 나는 분노했다. 지금은 속으로 웃으면서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가게 된다. 너의 비루함을 알고 이해한다, 나도 그렇다는 뜻이다.


신념을 지키는 것은 좋은 것일까. 잘못된 신념이 변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까. 좋은 신념과 나쁜 신념은 누구의 기준일까. 내가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너무 확고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삶 속에서 몇 번 넘어진 경험 때문인지 이제는 생각이 조금 유연해지고 말랑말랑해지고 싶다.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몹시 싫어했었다. 엉큼해 보였다. 요즘은 조금 의뭉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판단, 말, 행동이 빨라서 손해 본 적이 많았다. 민첩함은 젊음이 가져야 할 태도라면 신중함은 나이 듦이 갖춰야 할 태도가 아닐까.


솔직하되 훅 까놓고 말하지 않고 자주 흔들리더라도 균형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인의 말과 행동보다 나의 말과 행동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겠다. 타인의 생각을 궁금해하기보다 타인의 의식하는 내 마음을 더 집요하게 추궁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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