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일

2024. 3. 14.

초조하다. 한국에서 아이가 다닐 학교에 입학과 관련된 문의를 했는데 알아보고 연락해 준다더니 이틀이 지나도 답이 없다. 항공사 홈페이지에 남편의 마일리지만 적립이 되지 않아 고객센터에 문의했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바쁜 거 안다. 처리되는 과정이라도 알려주면 좋으련만. 답답하기만 하다.


둘째 아이가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 남편은 약속이 있어 아침에 나가서 오후에 집에 왔다. 아이가 집에 있으니 나는 와이파이를 쓸 수 없어 지루했다. 오전에 잠깐 잠을 잤는데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아프다. 몸이 아프면 모든 것이 귀찮다.


내일은 남편 친구 부부와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음식은 무엇을 할지, 얼마나 준비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한국에 있었다면 배달 음식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아쉽다. 가족끼리 먹는 소박한 밥상을 내놓을 수도 없고. 나는 계속 걱정만 하고 있다.


가끔 기분이 만신창이가 될 때가 있다. 우울함인지 아니면 불안함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묵직한 기운이 나를 짓누른다. 이럴 때는 할 일을 얼른 끝내고 자야 한다. 기분 전환을 하겠다고 유튜브를 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조건 자야 한다.


그런 기분으로 누군가를 대하면 거의 관계를 망치기 십상이다. 특히 아이들을 대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짜증을 낼 확률이 높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둘째의 잦은 질문에 화가 나려다가 금방 나의 기분을 알아챘다. 몸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끝까지 공부를 마친 둘째를 칭찬해 주었다.


나의 기분, 마음 상태를 누군가 알아주면 그 기분이 점차 사라짐을 느낀다. 요즘 우울증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내가 우울감에 사로잡힌 것 같다. 우울해지지 않으려고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읽고 더 우울해지는 이유는 뭘까. 책도 잘 골라서 읽어야겠다.


나는 우울할 때가 있는 것이지 우울한 사람이 아니다. 나를 또는 타인을 어떤 것으로 규정하지 않아야겠다. 사람은 입체적이고 변할 수 있으며 기분이나 태도는 수시로 바뀐다는 것을 다시 새겨야겠다. 어쩌면 나도 나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새롭게 나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겠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내 인생에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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