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2024. 3. 17.

요즘 내가 하는 고민이다. 나는 열심히, 성실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내게 남은 게 없다. 사람들은 잘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데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잘한다고 인정하는 것 말고 남들도 잘한다고 인정할만한 것이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찾아보자고 스스로 독려한다. 이것저것 해봐야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텐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운동에 소질이 없다. 골프를 치고 있지만 실력이 크게 늘지 않는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지만 지금 다시 배우고 싶지는 않다. 요리는 끼니를 준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 뭐가 있을까. 독서는 전 국민의 취미다. 글쓰기는 좋아서 하는 일이지 잘하는 일은 아니다. 교사로서 가르치는 능력은 지금은 꽝이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 잘한다는 의미는 그것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일인 것 같다. 조금 민망하다. 나는 내가 잘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었던 거다. 한국으로 돌아가 복직해야 할 날짜가 다가오니 머릿속에 자꾸 퇴직이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퇴직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나 보다.


올해로 21년 차 교사가 되었다. 나는 앞으로 몇 년을 교사로 살게 될까. 그 시간을 나는 견딜까, 즐길까 아니면 그냥 생계를 위해 다니게 될까. 먹고살기 위해 다니면서 가끔은 견디고 때로는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에 가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갑자기 비범한 무엇이 된 것 같다. 대충 화장하고 옷 단정하게 입고 운전해서 가면 되는데.


어떤 일에 대해 오래 생각하면 너무 무거워진다. 생각을 오래 하면 안 되겠다. 아이들 일도 그렇고 많은 일들이 그런 것 같다. 어제저녁에 큰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했다. 아침까지 좋지 않았는데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동안 아이가 배가 아플 때 약을 먹이면 괜찮아진 것을 떠올리니 마음이 괜찮아졌다.


생각에 너무 깊게 파묻히지 않고 순간의 감정만 확인해야겠다. 와야 할 일은 언젠가는 오게 되어 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것들을 차분히 바라보고 대처할 수 있는 용기다. 너무 뜨거워지지 말자.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뜨거워지려는 순간 차갑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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