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2.
더위를 먹었던 거다. 기운이 없고 머리가 아프고 계속 누워 있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오후가 되면 집은 찜통이 된다. 선풍기 하나로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를 때는 아픈 게 짜증스럽기만 했는데 그 이유를 알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아플 때는 아프기만 해야겠다. 걱정까지 더하지 않아야겠다. 몸도 힘든데 마음까지 힘들면 안 되겠다. 몸이 금방 좋아지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기운이 없고 식욕도 없다. 아니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무엇을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남편의 도움으로 이틀 동안 마음 편하게 아팠다.
무언가에 다른 의견을 내고, 타인을 지적하고 싶을 때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연습을 해야겠다. 어떤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시누이들이 가족회비로 식사를 할 때 과하게 쓰는 것 같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다가 참았다. 생각이 달라졌다. 괜히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고 회비가 거덜 나면 시누이들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앞서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몸이 아파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전보다 여유로워서인지 되도록이면 에너지를 덜 쓰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갈등을 피하게 된다. 해결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선배 교사들이 불만이 있어도 가만히 있었던 이유를 알겠다. 젊은 나에게 그것은 비겁하게 보였다. 그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신중함이었을지도 모른다. 타인까지 같이 구하는 것보다 자신을 구하는 것이 더 이로운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빠른 판단으로 자주 놓치는 것이 있다. 한 사람의 사정, 사건의 맥락, 큰 그림.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고 다른 의견을 들으려는 시도를 하지도, 듣지도 않을 때가 많았다. 먼저 질문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렇게 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자세히 들어야겠다. 내가 어디까지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들어야겠다.
오늘은 내 몸과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