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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May 19. 2024

그래도 빨래

2024. 5. 19.

어제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월요일 오후 6시에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신발 커버부터 찾았다. 이 날을 대비해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미리 사놓았다. 칠레 사람들은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는다. 그들에게 신발을 벗어달라고 하는 것이 무례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벗어달라고 요구해도 벗지 않는다고 한다. 신발 커버는 거절하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신발장에 신발 커버를 올려놓았다.


팔려고 내놓은 물건들은 거의 다 팔았다. 부피가 큰 것들은 살 사람이 다 정해져서 일단은 안심이다. 자잘한 생활용품은 팔지 못하면 지인들에게 주고 가면 된다.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쨍해서 이불을 빨았다. 곧 이사를 하지만 여기서 사는 날까지는 깨끗하고 깔끔하게 살고 싶다. 곧 이사를 간다고 집도 대충 치우고 대충 살고 싶지 않다. 특히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잘 정리하고 깨끗하게 사는 것이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늘 말해왔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지 않았는데 베란다에 널어놓은 하얀 이불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 전환에는 빨래와 청소가 최고다. 앞으로도 우울해지려고 하면 얼른 청소기부터 잡아야겠다.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하고 세탁을 하고 산책을 하고 샤워를 하고. 이 완벽한 루틴을 잊지 말아야겠다. 예전처럼 침대에 드러누워있지 않아야겠다. 아주 사소한 것들을 정성스럽게 해 봐야겠다. 오늘은 시간이 나면 화장실 청소도 할 것이다. 샤워할 때마다 조금씩 청소를 하지만 오늘은 더 대대적으로 해야겠다. 


차가 팔리지 않아 걱정이다. 차가 팔려야 한시름 놓을 것 같다. 덜 손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을 안다. 차가 끝까지 팔리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싸게 팔 각오를 하고 있다. 빨리 팔고 후련해지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값을 더 받고 파는 것이 좋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삶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요즘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어제 통화에서 시어머니께서 우리가 곧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더 보고 싶다는 말에 나도 한국이 불쑥 더 그리워졌다. 한국에 가면 이곳에서의 여유와 단조로운 생활을 얼마쯤 포기하고 살아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기로 결정되어 있는 한국행을 더 앞당기고 싶다. 


마음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할 때는 현재의 과업에 충실하면 된다.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부터 고민하고 결정해야겠다. 저녁은 떡국을 먹기로 결정했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지면 낮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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