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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ul 01. 2024

시끄러웠던 주말

2024. 7. 1.

한국에 온 지 이주일이 지났다. 지난 주말에는 몸은 지치고 마음은 소란스러웠다. 큰아이의 사춘기는 가끔 나와 남편을 슬프게 한다. 아이는 과정에 대한 협의가 없으면 무조건 반항한다. 이제 큰아이는 명령하거나 통보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을 많이 만나와서 그런 부분을 조심하는 편인데 남편은 자주 놓친다. 


주말에 시댁에 맡겨 놓은 물건을 집으로 가져왔다. 이사 비용을 아끼려고 작은 이삿짐차를 불러서 짐을 다 실어오지 못했다. 토요일에 옮기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일요일까지 옮겨야 했다. 일요일 아침이 되자 마음이 급해진 남편은 아이들과 아침에 공부 한 시간을 하고 시댁에 가려고 했다. 남편의 느닷없는 통보에 아이는 공부하면서 딴짓을 하는 것으로 맞섰다. 몇 차례 경고에도 아이가 행동을 고치지 않자 남편은 분노를 쏟아냈다.


주말 내내 이어졌던 큰아이의 예의 없는 행동, 버릇없는 말투까지 들먹이며 남편은 큰아이를 호되게 꾸짖었다. 토요일 저녁에 아이가 풀어놓은 문제집을 채점하며 나는 크게 실망했었다. 공부도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은 큰아이를 보며 나와 남편은 슬펐다. 최선을 다해서 키웠는데 공부도 행동도 고작 이 정도라는 생각에 후회가 잠시 밀려왔다.


아이들을 집에 두고 시댁에 간 나와 남편은 시부모님과 점심을 먹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나보다 남편이 더 속상해했다. 시어머니는 자식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큰아이는 어릴 때부터 순하고 영특했다. 뭐든 잘 배우고 잘 해냈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아이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도 그랬을 것이다. 


주말에 큰아이를 보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리 부부가 자식에게 기대가 많다는 것, 이제 아이를 직장 동료 대하듯 할 때가 와버렸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말할 때는 절대로 권위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사실을 설명하고 근거를 들어 설득해야 한다. 대화에 공을 더 많이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남편과 앞으로 우리가 더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제 좀 편해졌다 싶었는데 다시 육아의 고통(?)이 시작되었다. 큰아이의 사춘기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둘째의 사춘기가 시작될 텐데 걱정이다. 나는 두 아이의 사춘기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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