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 일은 찾자!

커서 뭐든 되겠지

20220701.jpg 심심할 때는 지구본을 돌려봐요.


우리 아이들은 엄마표 공부를 한다. 엄마표 공부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준다. 엄청난 감정 노동이다. 주변에서 모두 말렸다. 차라리 학원을 보내라고.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말이지만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이 올해부터는 많이 도와주고 있다. 남편과 나는 다른 사람이니 공부 경험도 다를 것이고 당연히 공부 방법도 다르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방법으로 공부를 시키는 남편이 못마땅했지만 갈등 끝에 현재 조율이 된 상태다.(남편이 내 의견에 따라주었다.)


나는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는 편이다(내 생각이다). 먼저, 아이들의 그날그날의 학교 시간표를 확인한다. 체육이나 행사, 활동이 많았던 날은 과감하게 공부시간을 줄인다. 안 하는 날도 많다. 피곤한 아이들에게 공부라는 노동을 또 시키고 싶지 않다. 취침 시간을 오후 9시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충분히 쉬고 난 후 공부를 하게 한다.


첫째는 알아서 잘한다. EBS 강의를 찾아서 보고 문제풀이를 한다. 나는 채점만 해주면 된다. 둘째는... 다르다. 남편과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첫째만 키웠다면 많은 아이들이 우리 눈에는 문제아로 보였을 거야!"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둘째는 공부를 싫어한다. 책상 앞에 앉아서 몸을 꼬기 시작한다.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한다. 물을 마신다. 괜히 나에게 말을 건다. 시계를 계속 쳐다본다. 언제 공부가 끝나는지 물어본다.


둘째를 공부시킬 때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언제 화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한다. 되도록이면 남편에게 미루고 싶다. 화를 절대 내지 않기로 다짐하고 이런 주문을 외운다.


'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 남의 집 아이야...!'


내 아이에게는 잘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어 못하면 화가 난다. 공부시킬 때만큼은 남의 아이 가르치듯 하려고 한다. 성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기대 없이. 아이가 못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오늘은 직장인도 학생도 피곤한 금요일이다. 공부하자는 말을 하기가 미안했지만 꾸준함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공부시간을 줄였다. 둘째는 역시나 하던 대로 한다. 그래도 끝까지 해 낸 아이가 대견했다. 둘째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고생했어! 한 주 동안 학교 다니느라 수고했고."

"학교 다니는 게 고생한 거예요? 그냥 다니는 거잖아요."

"아빠랑 엄마가 매일 빠지지 않고 직장에 가잖아. 그거 엄청 대단한 일이야. 너희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학교에 가는 거 대단한 일이지!"

"그런가."(씨익 웃는다)


공부를 안 하려고 하는 둘째를 보면서 처음에는 불안했다. '나중에 뭐가 되려고 저러지' 하는 생각만 했다. 설득하고 달래면서 공부시키는 일이 나도 힘들었다. 지금은 이렇게라도 같이 하는 둘째가 대견하다. 안 한다고 고집부리지 않고 따라와 주는 둘째에게 고맙다. '뭐라도 되겠지'로 생각이 바뀌었다.


아직까지는 학원을 보낼 생각이 없다. 아이를 가르치면서 부모로서 아이에게 거는 기대를 확인하고 아이의 성격, 공부 습관도 알게 되었다. 아이에 대한 정보가 쌓인다. 그러면서 믿음도 생겼다. 나만 감정을 잘 조절하면 된다(언제까지 조절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학교 공부가 전부가 아닌 세상에서 공부 말고 아이가 좋아하는 무엇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다. 아이의 공부를 가르치는 일은 나는 부모로서 무엇을 배워야 되는지를 알려주는 열쇠다.


나는 오늘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도 대단함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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