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이 내 마음을 건드릴 때

참자. 그리고 나를 안아주자!

큰아이가 올해 13살이 되었다. 곧 중학교에 입학한다고 생각하니 다 큰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 걸린다는 '중2병'을 아이와 내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큰아이는 똘똘하고 의젓한 편이다. 공부도 알아서 하고 무엇이든 잘하고 싶어 하는 욕심도 있다. 손이 안 간다. 요즘 들어 큰아이에게 자아가 생긴 것 같다. 나와 남편의 말에 가끔 지적도 하고 비판도 한다. 뜨끔하다.


이번주부터 방학 중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어 캠프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비용도 저렴하고 긴 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과 매일 같이 지내면서 힘들었던 나와 남편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아이들은 캠프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한다.


"돈 낭비예요. 차리리 여행을 가는 게 낫겠어요."

"수업이 돈 낼 만한 가치가 없어요."


평상시 학교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도시락을 싸고 등하교를 차로 데려다주어야 하는 나와 남편의 수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 오면 아이들은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여행은 공짜로 가나. 괘씸하다.


"돈 낭비라고 미리 단정하지 말고 가서 너희들이 가치를 찾아봐."

"다시 오지 않는 기회잖아. 한국에는 이런 캠프가 비싸고."


차분하게 아이들을 설득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나는 이미 기분이 상했다.


아이들의 말에 기분이 상할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 녀석들이 또 내 어린 시절을 건드렸구나.'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갖고 싶은 게 있어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말해도 얻을 수 없을 게 뻔하니까. 부모님이 힘든데 나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을 사달라고 졸라 본 적이 없다. 원하는 것을 요구하지도 못했던 엄마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요구하는 아이들을 이해할리가 없다. 자주 화가 났다.

'쟤들은 뭐가 부족해서 저러지. 이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니야!'


나도 안다.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것을. 나처럼 마음속에 있는 것을 억압하면 마음이 힘들어진다는 것도. 내 아이는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다. 눈치 보면서 지레 겁먹고 포기하게 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내 마음을 건드릴 때 거기에 말려들지 않아야겠다. 나의 내면아이가 불쑥 튀어나와 아이와 맞서지 않도록 단속해야겠다.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큰 숨 한 번 쉬면서 나의 내면아이를 안아줘야겠다. 몇 살인지 모를 그 아이를 꼭 안고 말해줘야겠다.

"무엇이든 말해도 괜찮아. "


진짜 어른은 아이가 하는 모든 말을 귀를 열고 들어줄 수 있어야 된다고. 이뤄줄 수 없어도 들어주면 되는 거라고. 이뤄줄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주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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