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스승 사이

민원 앞에 선 나

그는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스승 아닌가요? 학생이 잘못하면, 용서하는 게 스승 아닌가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스승의 될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마흔이 넘어 처음 겪는 학부모 민원이다. 교사로서 민원을 겪은 적은 있었지만 학부모로부터 직접 받는 민원은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교사를 지치게 만든다. 특히 대화가 통하지 않는 학부모일 경우 피로감은 더 크다. 아이들은 아직 마음이 열려 있고 사고가 굳지 않아 설득과 소통이 가능하지만 어른인 학부모는 다르다. 자기 확신이 강하고 물러설 줄 모른다. "교육청에 정식 민원을 넣겠다"는 말은 단순한 항의가 아닌 노골적인 위협처럼 다가온다. 때로는 예고 없이 학교에 찾아와 교장 선생님부터 만나려 든다. 그 모든 과정이 교사에게는 한 사람의 존재를 흔드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욕감을 느꼈다. 민원을 넣겠다는 말은 그 자체로 두렵다. 징계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소명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나는 지금, 힘이 없다.


20대에는 관리자의 갑질이 힘들었고 30대에는 동료 교사들과의 갈등이 버거웠다. 40대인 지금은 학부모 민원이 가장 큰 짐이다. 학교는 여러모로 지치기 쉬운 구조다. 각기 다른 개성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민원을 처음 마주한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제주 교사 다음은 설마 나인가?"

곧바로 그런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지만 그 문장은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도 가끔은 그 불안이 불쑥 얼굴을 내민다. 그럴 때면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남편의 따뜻한 눈길도 생각난다. 마음을 다시 추슬러본다.


하필이면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플 거라는 걸. 예상했지만 막을 수는 없었다. 어제부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그저 계속 누워 있고 싶었다. 우울이 나를 찾아왔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으로 지끈거리고 몸은 축 늘어져 조금도 힘이 나지 않는다. 말하고 싶어도 말할 힘조차 없다.


학부모가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했으니 이제 나는 그저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모호한 상황은 늘 불안하다. 무엇이든 분명해지는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마음은 더 깊이 가라앉는다. 월요일, 출근을 해봐야 이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이 불편하고 답답한 감정을 계속 껴안고 있어야 한다. 이럴 때면 늘 혼자 조용히 자책하게 된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민원의 내용은 이랬다.

내가 맡은 반의 반장이 자신의 SNS에 나를 향한 심한 욕설을 올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학생을 처벌하고 싶었지만 해당 학생은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했다. 학부모 역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학생이 반장직에서 물러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굳이 교권보호위원회까지 가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일로부터 일주일 후, 학생이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반대했다. 공적인 자리에서 교사를 모욕했던 학생이 바로 다시 공동체를 대표하는 자리에 나서는 것은 학생 본인에게도, 학급 전체에게도 책임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다. "이미 용서해 놓고, 왜 이제 와서 아이 앞길을 막느냐"라고. 그리고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나다.


교사로서의 양심을 지키고 싶었다. 반장에서 물러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학생이 다시 학생회장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나에게는 2차 가해처럼 느껴졌다. 요즘 자꾸 제주에서 세상을 떠난 그 교사가 떠오른다. 하필이면 내 아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 그래서일까, 이름조차 잊히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나는 이 난관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학교에 가면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다짐한다. 절대로 죽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