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대하는 나의 자세

여행 가기 전에는 설레기만 하자!

1223.JPG 페루 여행을 위한 계획서 일부


12월 25일에 가족들과 파타고니아로 여행을 간다. 페루 여행을 취소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여행을 계획했다. 모든 것이 귀찮을 때였다. 몸 컨디션은 감기로 인해 좋지 않았다. 마음은 여행 취소와 위약금으로 인한 죄책감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어떠한 예외 상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어쩌다 길이라도 헤매게 되면 아이들의 칭얼거림이 듣기 힘들다. 모든 동선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한다. 페루 여행 준비할 때도 그랬다. 여행이 시작되는 첫날, 준비할 것이 가장 많다. 그것들을 시행착오 없이 하기 위해 하루 일정을 계획하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다. 그러다 아팠는 지도 모르겠다.


불안도가 높은 나는 여행이 두렵다. 특히 아이들과 같이 갈 때는 더 그렇다. 짐을 싸면서 불안감과 두려움도 같이 싼다. 여행 가방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25일에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내일 짐을 챙겨야 한다. 평소 같았으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신념에 충실하기 위해 여행지를 미친 듯이 검색하고 여행 관련 카페에 질문 폭탄을 투척했을 것이다. 준비물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믿을 만한 한인 호텔 사장님께 여행의 모든 일정을 부탁드렸다. 물론 비용은 더 들었다. 여행 블로그의 글도 많이 읽지 않았다. 대신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어떤 상황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이가 아프면 돌아오면 되는 거고 몸이 힘들면 일정을 조정하면 된다. 필요한 준비물은 꼭 챙기되 '빠뜨린 물건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챙기지 않기로 했다. 여행 전에는 셀렘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지금 나에게 오는 모든 것이 나에게는 최선이다'는 것을 믿고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마치 페루 여행을 계획했던 기간에 시위가 일어나 여행을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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