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좋고 집에 오면 더 좋아

여행은 더 나은 삶의 학교

가족과 7박 8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한 여행 중 가장 오랜 기간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청소를 하고 밀린 빨래를 하느라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남편과 나는 서로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었다. 여행 중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나는 낮잠도 잤다. 집에 오니 좋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여행지에서 보냈다. 이곳은 여름이라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한 해를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은 아쉬움,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 같은 것도. 호텔에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막상 여행지에 가니 좋았다. 여행지에서 다음 여행지를 계획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현재 이 광경에 집중해야지!' 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여자 사람이었다. 20대에는 월급을 받자마자 여행을 떠났었고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부터 여행이 부담스러웠다. 아이를 돌보기에는 집이 편했다. 아이를 먹이는 것도 재우는 것도. 짐을 싸고 풀고 빠뜨린 게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나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괜히 돈 쓰면서 힘들지 말자!'라고 다짐하고 여행을 극도로 자제했다. 여행지에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여행지에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젊은 친구들을 보니 부러웠다. 저렇게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며 몇 달씩 여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여행이 왜 다시 좋아졌을까?


여행지에서는 다양한 삶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나에게 들어오는 것 같다. 내가 묵었던 호텔 주인 모두 한국인이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렇게 살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나의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여행지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노출된다. 비행기가 연착이 되기도 하고 호텔 예약이 취소되기도 한다.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재밌었다. 이번 여행에서 두 아들의 반응을 적나라하게 본 것도 흥미로웠다. 첫째는 배고픔을 가장 힘들어했고 그럴 때마다 짜증을 냈다. 둘째는 체력이 좋아 배고픔은 견뎠지만 심심함을 힘들어했다. 남편이 가끔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 나는 내가 잘못한 게 없는지 겁을 먹었고 남편의 기분에 따라 쉽게 흔들렸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20230103_.jpg 밥을 든든하게 먹이지 못했지만 사진 촬영에 협조한 아들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어떤 사람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과 여행을 다녀오라고.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특히! 여행은 삶의 축소판이 아닐까. 다양한 상황에 상대와 나를 노출시켜 보고 서로의 반응을 보면서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을 미리 계획하는 사람인지, 그때그때 일정을 만들어가는 사람인지, 휴양파인지 관광파인지.


집이라는 좁은 곳에서, 나라는 편협한 삶 속에서 지내다 넓은 세상을 보고 오니 마음이 잠시 편안해졌다. 여행 중 배고팠던 나를 달래기 위해 당분간은 한식을 열심히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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