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택시 운전사 #1

by 최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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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


외근이 잡혀있던 어느날 오후,

K사 플랫폼을 통해 택시를 호출 하였고 바로 택시가 잡혔다.

'택시가 어느 방향에서 오려나'

지도를 살펴 보는데 잠시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택시 기사님이다.

지금 타이어 공기압이 갑자기 떨어져 4분정도만 기다려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하셨다.

다른 택시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급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 드렸다.

약속한 시간인 4분이 지나자 기사님이 도착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님 께서는 밝고 높은 톤으로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며 최적의 경로를 제안해 주신다.

"강변 북로는 많이 막히고 있으니, 올림픽대로로 안내 하겠습니다~"

나는 그 제안을 수락 하였고 택시는 이윽고 힘차게 출발 했다.


"손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평소엔 택시 기사님들과 말을 잘 섞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차에서 남의 이야기에 집중하노라면 멀미감에 피로하기도 하고 정치 이야기라도 나오는 날에는 스트레스도 덤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난 이어폰을 귀에 끼고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가는걸 즐겼다.

그러나 이날은 어찌된 영문인지 기사님과의 한두마디 정도는 섞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차에 타자마자 나에게 건냈던 밝은 목소리 톤 때문인지도 몰랐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떤회사이며 나는 어떤일을 하는지, 회사 규모는 어떤지, 전망은 어떤지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았다.

금요일 오후의 올림픽대로는 쉽사리 택시의 질주를 허락해 주지 않았다. 교통체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이야기의 주제는 흘러 흘러 어느덧 서로의 결혼 이야기로 다다르게 되었다.

"저는 결혼 한지는 10년째구요,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간략하게 나의 상황을 말씀 드렸다.


"손님, 샌드위치판넬이라는게 먼지 아시나요?"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하셨다.

"혹시 조립식 집지을때 사용하는 자재 아닌가요?"

"오~ 잘 알고 계시네요"

긍정의 대답을 하시며 대화를 경청하며 상대해 주는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드셨는지,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기사분(이하 김씨 아저씨)은 1980년대 어느 샌드위치 판넬을 만드는 회사에 입사하시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 마치고 이 회사에 들어 갔어요, 입사 후에는 남들과 같이 지루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죠"


어느덧 시작된 그의 놀라운 러브스토리.


"어느날 회사 대표의 비서가 입사했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이뻤어요. 그 당시 그녀가 아마...31세쯤? 그래요 그쯤 되었겠네요. 전라도 남원 출신이었고 미스 춘향까지 뽑힐만큼 대단한 외모였어요. 순옥씨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정~말 이뻤어요."


그날 부터 수 많은 회사 사람들이 그녀에게 작업을 걸었다고 한다. 생산 공장이 있던 탓에 남초 회사였던 그 회사는 직위 막론하고 그녀를 향한 직진남들이 가득 했더랬다. 마치 YB의 '담배가게 아가씨'의 가사처럼, 온동네 청년들이 너도나도 기웃기웃 거렸다고 한다.


"결혼한 유부남부터 신입사원들 까지 경쟁자들이 어마어마 했어요. 그녀의 콧대는 얼마나 높은지 그 누구의 수작에도 넘어가지 않았죠"


그 당시의 설레었던 기억이 떠오르는지 어느덧 기사님의 미소 가득한 표정이 미러에 비쳤다.


"저는 익산 촌놈이었고, 손님이 보시다 시피 외모도 보잘것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다른 남자들에게 없는, 저만의 무기가 있었죠. 바로 항상 진심을 다하는 한마디와 선물이었어요. 전 이러한 무기로 우수 영업사원까지 뽑혔답니다!"


하시며 첨언 해 주시기를,


"진득 하게 진심을 다 하며 크고작은 선물을 건네는 행동은 정말 비즈니스든, 사람이든 어디에나 잘 통하더라구요. 손님도 회사일이나 사업하실때 꼭 명심해 두시면 성공의 비결이 될겁니다."


사랑 이야기를 하시다 말고 인생명언을 주신다.

어쩌면 이것은 장거리 손님을 위해 잘 준비된 레파토리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만날때 마다 그녀에게 꼭 필요할것만 같은 작은 선물을 해 주었어요. 이쁜 빗 부터 장갑, 손수건 같이 큰 돈이 들어가지 않지만 섬세한 선물을 손편지와 함께 전달 했어요. 그리고 만날때 마다 줄기차게 부탁했죠, 딱 세번만 만나 달라고"


그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 시킨 걸까? 마침내 그녀는 그의 '세번만남'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고 한다.


첫번째, 두번째 데이트는 평범한 데이트를 했다. 명동의 경양식당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종로에서 영화 보고. 빵집 데이트 하며 호감을 올려 갔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 만남인 세번째 만남에서 마침내 승부수를 던졌다.


"마지막 만남은 저와 함께 1박2일 여행 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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