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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영 Nov 30. 2022

감정의 배설

일상의 쳇바퀴 안에서 무뎌질 대로 무뎌진 감성이 간혹 갑작스럽게 자극을 받을 때가 있다.


꼭 특별한 일을 경험할 때가 아니더라도, 지극히 평범한 하루의 평범한 일과 중이더라도, 자극은 예고 없이 찾아와 평온한 마음을 잔뜩 헤집어 놓는다.


이럴 때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 따위를 몽땅 게워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그런 건 여태껏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기 일쑤다.


성격상 앞선 무언가가 완결되지 않으면 다음으로의 진행이 어려운, 피곤한 인간형이기에 어수선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저 황망한 기분, 왠지 모르는 멜랑꼴리함 속에서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고만 있는 것이다.


채우는 것만큼 비우는 것도 중요한 일임이 분명한데, 이런 건 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일까.


‘감정의 비움’이란 건 애초에 가르쳐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아니, 문제조차도 정의할 수 없는 어떤 것일까.

 

일상 속에서 쌓여가는 오만가지 잡념이든, 예고 없이 문득문득 솟아오르는 희로애락의 감정이든. 유효기간을 정해 놓고 기간이 지나면 전부 끄집어내 휴지통에 던져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그럴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이런 하찮은 끄적거림이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길 희망하며, 이렇게나마 소소한 배설욕을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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