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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영 Dec 29. 2022

오랜만의 만남은 신경이 쓰인다

연말이다. 곧 연초이기도 하다.

민족의 최대 명절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에게 이것은, 앞으로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1년 중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사람들을 만나면 기가 쫙쫙 빨리는 파워 ’I‘지만, 어느 정도의 인간관계는 유지와 관리가 필요하니 말이다.


요즘 같은 때가 되면 자연히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생긴다. 송년회와 신년회라는 명분 덕에 얼굴을 볼 수 있는 동창이나 직장 동료들, 차례와 성묘라는 의식을 위해 겨우 모이게 되는 친척들, 이럴 때라도 날을 잡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친구와 지인들까지.

그리고 이들과의 만남이 예정된 날이면, 나는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이 쓰인다.


내가 오늘 보여준 모습이 상대방에게는 다음 만남, 어쩌면 내년 연말연시가 될지도 모르는 때까지 기억될 테니까. 되도록이면 좋은 모습으로 박제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괜히 머리도 한번 더 매만지게 되고, 옷차림새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평소 타인의 시선을 과도히 의식하거나 좋은 모습만 보이려 애쓰는 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굳이 따지자면 신경을 쓰지 않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친구를 두고 나머지가 공연한 걱정과 오해를, 꽤 긴 시간동안 하는 걸 보고 나서부터 생각이 살짝 바뀌었다.


‘오랜만의 만남’에 한정, 조금은 신경을 쓰는 편이 낫겠다고. 최소한 ‘공연한 걱정과 오해‘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으니 외관상이라도 멀끔하게 보여야겠다고. 지극히 쓸데없는 생각일 수도 있으나, 그냥 뭐, 나는 그렇다.


자주자주 만난다면 이런 류의 마음씀이 필요 없겠지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그게 그리 쉽게 되나. 자주 본다고 해서 반드시 좋기만 한 것도 아니고. 추억도 가끔가다 꺼내봐야 추억이지, 허구한 날 들춰내면 닳고 닳아 그 의미가 퇴색되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지금처럼 적당한 간격을 두되, 오랜만의 만남에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만남 자체에 조금 더 집중하여 오랜만인 만큼 함께 하는 시간의 밀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그래야 으레 껏 주고받는 좋아 보인다, 오늘 즐거웠다는 만남과 헤어짐의 인사가 뱉자마자 허망하게 산화되는 일이 없을 테니. 물론 상대의 목적이 금전거래이거나 이와 유사한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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