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다고.
나는 너에게 말했다.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그때의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네가 나를 밀어내기 위해, 너의 마음이 변했음을 감추기 위해 타이밍이라는 방패를 챙겨 왔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진심이 있다면 타이밍 같은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로 설득했고, 너의 마음이 변한 것 아니냐며 칭얼거렸고, 뜻대로 되지 않자 화까지 냈다.
초라했다.
최선을 다한 나의 마음이 그깟 단어 하나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하고 서글퍼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 서른 가까이 나이를 먹었지만, 너무 어리고 어리석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에도 시기와 단계가 있음을, 타이밍이란 은유 안에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이해하기에는 미숙했고, 또 한심했다. 긴 고민 끝에 네가 선택했을 단어와 문장들을 무시했고, 제대로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지나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우리의 관계가 발전할 수 없었던 건 명백히 나의 과실이었다.
애써 표현했던 너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고, 그 감정이 소모되어 마를 때까지 무심히 기다리고만 있었다. 오직 내 마음에 적절한 시기가 오기만을 신경 썼고, 네 감정도 고려해 함께 맞춰나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 관계에서 타이밍을 더 중시 여겼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의 내가 좀 더 성숙했다면, 너의 작은 표현들을 좀 더 일찍 눈치챘다면, 서로의 시기를 맞추려 노력했다면, 힘들게 내뱉은 너의 이야기들을 좀 더 곱씹어 생각했다면.
너와 나의 타이밍은, 우리의 이야기는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