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대기업에서 시스템의 도움을 받은 것
<스타트업에서 Self-Service 해야 하는 것들>
필자는 이미 분업화 / 전문화 되어 운영되는 대기업 규모의 IT 회사에서 60% 정도를 근속했고
회사가 되기 전 상태의 신생 스타트업 -> 규모가 커지고 체계가 생기려 할때까지 시점까지 약 25%,
이미 규모가 커져서 대기업 시스템을 어설프게 도입하려는 덩치 큰 스타트업에서 15% 정도를 보냈다.
큰기업 일꾼 -> 작은 스타트업~성장 -> 유니콘 스타트업~주니어 관리직 성장 -> 대기업 계열사의 관리직
실제로 내가 경험한게 그랬고, 지금도 내 지론은... 내가 유일한 창업자나 공동 창업자가 아니라면
가능하다면 첫 회사는 전문적으로 해당 직무를 하는 좋은 회사에서 사수를 만나서 잘 배워야한다.
해당 직무를 몇 년 정도 걸려서 잘 익히고, 한편으론 다른 부서에서 하는 일들도 어깨넘어로 노하우를 배워서
해당 직군 전반에 걸쳐서 일을 스스로 설계 할 수 있는 미들급 경력자로서 스타트업에 뛰어드는걸 추천한다.
이래야지 당장 조인해서 내 역할을 셋팅해서 업무를 할 수 있고, 회사가 커도 나도 성장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
단, 그냥 조직 생활 자체가 불만이여서 스타트업으로 넘어갔다가는, 대기업식으로 '내 업무'만 챙기다간....
그리고, 어느정도는 어쩔 수 없지만; 학벌이 출중하지 못하면, 대기업 공채를 통과했다는 자체가 간판이 되서
훗날 스타트업을 갔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을때 다시 기존의 업계/기업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 아무리 재능 있는 친구라도,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한 상태에서 스타트업 경력만 갖고 있다면
나중에 안정된 상황을 찾게 될 무렵 (자녀가 생긴다거나, 결혼을 앞뒀거나)에 대기업에서 간택 받기엔
너무 Generalist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일반적으로 충원하는 기존 직무에는 채용이 잘 안된다.
대신에 상대적으로, 신 기술을 도입해서 빨리 적용함으로서 - 훗날 대기업에 해당 직군을 첫 경력 채용할때는
'경력'을 무기로 상대적으로 우월한 경쟁 우위를 통해 채용이 될 수 도 있다. (내 경우는 Agile 경험, PO직군)
뭐 위의 내용은 너무 두리뭉실한 개인의 사례인 듯 해서, 약간 일반화를 해보면
내가 어떤 부분에서 대기업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았다.
- 세팅 된 교육 시스템 / 직무 관련 내/외부 교육
- 채용에 시간은 걸리지만 검증된 조건으로 필터링한 인재 영입
- 지원 부서를 통한 경쟁사 벤치 마크, KPI 세팅, 데이터 분석을 통한 상위 전략
-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의' 기본 이상으로 검증된 개발자/외 IT직군 리소스
- Risk Taking에 대한 책임이 임원에게 있고, 실무에선 실행에 대한 Roadmap만 결정하면 됨 (장점이자 단점)
- 타 부서에 특정 영역에서는 전문가 수준인 동료의 지원을 요청받거나 요청 할 수 있음
- 경영 지원쪽이 잘 되어 있다 (복지 프로세스, 경조사, 장비, 서적, 그리고 성과 연동의 인센티브 보상책 까지)
대략 이정도가 기억에 남는 부분 인 것 같다. 나머지 좋은 점들이 아주 많다.
덕분에, IT 대기업 소속의 개발자 & 서비스 기획자는
사내 높은 커뮤니케이션 코스트 (cross 부서 대응 요청 대상이 수천 명 / 담당 개발자 3~4인에도...) 에도
어느 정도 본인의 일에 집중 할 수 있고 - 가용 리소스의 40%~50%를 본연의 업무에 투입하면
대략 2~3달 단위로 프로젝트를 한개씩은 뛸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반면, 스타트업의 경우, 기획 Role을 벗어나서 좀 더 일반화를 시켜보면 이런 상황들이다.
1) 필요한 역량에 대한 교육은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거나, 외부 교육을 신청해서 받아야 한다. (비용)
2) 진짜 채용을 하고 싶은 역량있는 인재를 유치하기가 어렵다. (상황과 운이 좋아야한다)
3) 담당 Role에 따라 다르지만, 지원 부서가 해주는 부분을 일정 이상의 완성도로 커버해야한다.
덕분에, 시간이 갈 수록 Speciallist -> Generalist에 보다 더 가까워진다.
4) 전문화/업무 Role 구분이 안된 것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내 본연의 업무에 집중을 못한다.
e.g: 개발자는 개발 + 서버 세팅 등, 기획자는 기획 + QA + 데이터 분석, Biz는 HR이나 경영지원까지
이걸 잘 할 수있게 시스템화를 계속 하다보면 어느샌가 대기업이 된다. 이것도 좋은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대기업 대비해서는 사내 부서간 커뮤니케이션 코스트의 절대적인 시간은 작다. (대신 요청당 처리해야 할 업무량은 훨씬 많다.)
약간 예를 들면 - PO시절 나는 주간 보고에 들어가는 시간이 4~5시간
(우리 팀, 개발쪽, 경영진 보고, PO 회의체) / Biz 요청으로 미팅 하는게 평균 5시간 이상 / 관련 개발팀과 애자일 업무 회의, 프로젝트 관련 해서 내가 참여해야하는 업무 미팅이 역시 주 5시간 이상 / 대략 나머지 20시간 가지고서 야근을 포함해서 업무를 진행 하는 형태였는데, 이미 대부분의 기능은 돌아가는 상황이니 신규 기능에 대해서만 고려 할 수 있었다면... 스타트업은 요청 받는 회의 1번에 신규 기능 하나씩을 다뤄야하는데 완성도 높게 디자인할 절대적 시간은 훨씬 부족할 것이다. (개발 리소스, 기획 리소스 대비 가질 수 있는 기간이 짧음)
이 와중에도 각종 사이드잡을 잘 신경 쓰면서도 본연의 업무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으려면 Overtime work는 반쯤 필수로, 사이드 잡은 이때 처리한다거나 주말에 몰아서 처리하는 식.
굳이 여기에 사족을 달면, 이 절대적인 업무량 / 업무 스트레스 대비 보상은 대기업 대비 낮을 가능성이 훨씬 높고, 주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필요한 업무를 세팅해서 개선할 수 있는 '자율성'이 유일한 장점이라고 본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의사 결정을 보면서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조직문화 a-z를 내가 만들어 보고 싶은데', '고생을 하는 것도, 성공의 열매을 누리는것도 내가 하고 싶다' 면 스타트업이 더 맞을 것 같고, 이게 아니라면 스타트업에 뛰어드는건 다른 관점에서 장점을 더 찾아야 할 듯
* 내가 사업 관점에서 엄청난 확신이 있어서 맨땅에 헤딩하겠다 느낌으로 - IT로 신규 창업한다면
기술쪽을 커버할 수 있는 좋은 인재를 잘 영입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함, 내가 뛰어난 기술자라면 - 반대이고,
보통은 눈으로 보이는 제품이 있어야, 후속 투자가 되는데, 이걸 외주로 만들었다간 받을 투자도 날라갈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조금씩 수익을 내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방법밖에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