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기획이 재미있던 신입 개발자, 매우 개인적인 내용들 포함
* PO : (Agile) Product Owner / 혹은 조직에 따라 Senior Product Manager의 역할
개발자 공채로 입사했던, 내 첫 직장은 국내 IT업계에서는 매우 안정적으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이다.
덕분에 내 입사 동기들 중에서, 교육 같이 받은 동기 그룹 8명 중에 아직도 6명이 잔존해있다.
(그 중 3명은 구- NHN 엔터, 현- NHN으로 분사되어갔긴 한데, 어쨌든 이직은 아니니까...
한게임쪽에서 인정 받고 잘 나가시던 석사출신 몽형님은 작년쯔음에 팀장되셨다는 좋은 소식이!)
* 나빼고 또 한명은 SV의 잘나가는 한국계 챗봇 스타트업에 초기 이직 후 현재 미국에서 근무 중
반면에 나는 아직 철없던 3년차에 신생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선택했고,
약 10년이 좀 더 지난 지금 - 무려 5번째의 회사를 재직 중이다.
여태 쌓아온 커리어 패스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평균을 나눠보면 회사당 딱 2년씩만 다닌 셈.
(국내 IT 업계 1위 시총 회사 네이버 - 국내 1위 edutech & 학교 sns 회사 클래스팅의 사번 5번으로 시리즈 A 이후 퇴사 시점까지 팀장으로 재직 - 국내 1위 e-커머스 쿠팡의 시니어 PO - 국내 1위 통신사 SKT의 자회사 'SKP/11번가'의 첫 공식 PO이자 전사 우선순위 1위 프로젝트의 리드 PM - 짧은 미국 창업생활 - 시드 펀딩을 받은 신생 스타트업 비래빗의 CPO)
사실 고민을 많이 안하고 이직을 택한다기보다는, 그때 그때 마다 나름의 중요한 이유는 있었던 것 같고
애초에 나라는 인간이 그냥 안정적인 개발자로 남기보단 창업에 관심도 많고, 이루고 싶은게 많았던 것 같다.
약간 과거로 돌아가서, 2000년대 초반에 대학교 입학과 함께 국산 인기 MMORPG를 한창 즐기던 시절
한때 명문이었던 길드에 막내로 들어가서, 여러가지 문제로 길드가 몰락하고 망해버린 후에
잔존 인원들 몇몇을 모아서 재건의 깃발을 들고서, 리더로서 맹활약했었고
(군시절 포함) 약 4년 뒤에, 길드를 서버 탑에 다시 올리고 / 전서버 최초 타이틀 업적을 하나 남기기도 했었다.
사실 이때도 좀 끼가 있었던 부분이라면, 남들은 애정있는 직업 & 캐릭터 하나만 잘 키우자 였다면,
나는 처음엔 성향상 '위자드'로 게임을 시작했다가, 훗날엔 '도적 & 격투가' 계열의 마스터가 되었고,
추가적으로 '위자드의 variation인 현자', 기사/궁수/힐러 등 기타 거의 모든 클래스로 공성전을 뛰었고 각기 최소 1인분은 했다. 더군다나 전문적인 '용병단' 길드를 조직해서 마스터로서 서버의 길드전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게임 체인저로 활약하기도 했었으니... (이후에 용병단을 길드화 했다가 다른 길드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상태로 길드 차렸다고 욕 많이 먹기도 했다. 그래서 길드화 이후에는 얼굴마담인 길마를 할 수 없었음)
제대 후 대학에 복학 한 뒤에는 계속 컴퓨터 공학 전공을 유지하는 한편으로는 - '경제학'을 복수 전공해서
졸업시점에 학점 분포를 따져보면 경제학+경영학 필수과목과 컴퓨터공학+공대 필수 과목의 밸런스가 거의 50%였다. 이후에는 Techno 경영 대학원을 졸업했으니... 결과적으로 컴공+경제+경영을 모두 섭렵한 셈.
한편, 전략 보드게임 취미를 가지게 된 2008년 이후에는 - 국내 최고의 두뇌파들이 모인 멘사코리아에서 보드게임 시그 운영진을 맡고, 그걸 발판으로 다른 봉사활동 그룹 - 국제 교류 파트에서도 리더 역할을 맡다 보니
정작 본업인 회사에서 주어진 프로젝트의 말단이거나, 유지 보수 위주로 업무를 맡는 팀 막내이자 공채출신
'주니어 개발자'로서 항상 똑같은 루틴으로 시시한 업무하는건 좀 아쉽다? 라는 건방진(...) 생각이 들었었고
유망하고 좋은, 안정적인 회사에서 주 4회 이상 칼퇴 하며 널널하게 일을 하는데도 (첫 회사 퇴사 직전인 2013년 상반기 기준) 아직 20대, 싱글인데 - 하나뿐인 인생이 너무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사수였던 분들이 조직장과의 마찰로 팀을 옮겼거나 or 상위 조직장 (본부장님) 라인을 따라
다른 모 회사로 내 사수/능력있는 분들이 대거 이직하시던 타이밍이여서, 나도 마음이 상당히 들뜨긴 했었다.
당시 개발 팀장님 성향과 내가 거의 상극인 INTP형 부하직원이었던 점도 컸음
(그러나 팀을 맡은 뒤 조직원들 대거 이탈 & N사 조직 구조 개편 등으로 약 2달 뒤 이분도 타사로 이직하셨고, 내가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 현 시점의 반성 : 사실은 이 널널한 타이밍을, 스타트업을 위한 준비로서 1인 개발을 갈고 닦았어야 했다.
시기상 이른 선택이었다는거, 원 개발 당사자가 아닌 상태에서 초기 스타트업의 체계 없는 JS 기반 스파게티 난독 코드를 뚫고 빠르게 정착하는건 쉽지 않았다. 덕분에 이후 스타트업에서의 개발자로서의 커리어가 약간 많이 꼬여버린게 아닌가 싶은 반성. 개발자로서도 큰 프로젝트 3~4개에 참여했으나, 비슷한 개발 연차인 CTO를 기준으로 1:1 성과를 비교하면 내가 웹 개발자로서는 상대적으로 회사에 크게 기여를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백엔드 개발 메인이었으나 - 주어진 업무는 브라우저 호환성을 커버하는 웹 프론트 개발이었다는거.
하여간에, 나름의 지인 찬스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첫 이직 직장은, 교육에 기여하는 착한 사업 모델 덕분에
구글 전 CEO인 에릭 슈미트나, 미 국무 장관 기조 연설에도 언급된 한국의 스타트업 모범 성공 사례였었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냉정하게 말하면 절반 이하의 성공이었다.
내가 재직한 2년 좀 넘는 시간 동안에, 가입자/DAU는 15배 이상 늘었고, 총 2번의 추가 투자 유치로 인원도 늘고 우수한 인재 분들도 많이 모실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초창기 버그 투성이 안드 앱은 환골 탈태, PC웹은 스크립트 기반 시나리오 테스트 자동화를 통해 손 안대고 90% 이상 자동 테스팅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당시 정확한 내 R&R은 QAE이자 SDET / 디자이너이자 리드 PM이 목업 기반의 Epic 을 남기면 그걸 개발 TC 작성 및 개발티켓으로 상세화 하는 PM / 메시징 서버 1인 개발자이자 메일 템플릿 관리 / 정부과제 PM / CS 상위 매니저 / 데이터 분석가 없는 스타트업에서 구글 분석기, 대시보드 트랙킹 / TECH HR 일부 - 면접 볼 사람을 추림 / 파트타임 외주 개발자분 2분, 테스터 3분에게 업무 지시 및 산출물 취합, QA 등등의 업무였고
- 지금 관점으로 돌이켜보면 큰 Tech 회사 기준 시니어급 PO & QA 정도의 역할을 메인으로 한 것 같다.
그리고 떠나기 직전에 마지막까지 주도한건 - 서비스 정책 정리를 통한 글로벌 런칭 준비 / 정부과제 1년차 마무리였음.
Pros - 스타트업에서 살아남는 생존력을 기르고, 다양한 Generalist가 되고, Tech 매니징, Agile을 경험해봄
Cons - 백엔드 개발자라는 커리어적인 부분을 상당수 포기하고 회사에서 필요한 역할을 담당함 (QA, SDET, 애자일 SM, Tech HR, CS Manager, 외주 관리, 미래부 대형 과제 PM 등), 이 부분에 대한 적합한 대우 & 평가를 못 받음 - 새로 영입된 경력 이직자들의 업무 지시를 받는 상태가 된다거나... 내가 주도했었던 역할에 대한 공식R&R 시니어 PM을 맡지 못하고 경력 영입자에게 포지션 부여. (QA Team Lead로만 최종 역할이 남음)
내가 좀 아쉬웠던건, 회사는 나에게 커리어 측면에서 회사의 요구에 맞춘 '희생'을 원했고 - 이에 순응했는데 되돌아온건 보상이 아닌 불합리한 처우였다고 생각한다. (e,g : 바뀐 역할에 맞게 처우를 재조정해라 라던가...)
나에 대한 상위 조직장의 평가는 '시킨건 무난히 수행 하는데, 업무상 별로 주도적이지 않다.' 였으나...
위에 보다싶이 애초에 하던 일 자체가 내가 못해서 실수하면 티는 크게 나도 (앱이 죽으니까), 잘해도 성과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아무 일도 안일어나니까) 영역의 업무 & 팀 보조 업무가 많았고, 더군다나 당시의 내 모든 Role은 내 의지로 선택한건 전혀 아니었다. - 라고 약간은 부끄럽게도 반성 & 변명한다.
정량적으로 업무를 평가하면, 사용자 리텐션과 구글/iOS 앱 평점이 아주 많이 올랐는데
나중에 안드로이드 V2를 출시하면서 패키지를 바꾸는 바람에 평점이 오른 히스토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덕분에 내가 팀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기여했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한 PR을 딱히 하지 않고 ,
미련없이 두번째 회사를 떠났고, 공식적으로는 위에 사실에 대한 직접 불만/이슈를 제기한적은 전혀 없다.
지금 생각하면 위 역할의 사소한 것들도 더 티를 내며 일을 했어야 했다 싶다. 묵묵히 일하면 알아주겠지- 라기엔, 사실 근태적으로는 2015년쯤엔 모든게 자동화/안정화 되었으니, 널널하게 일 하는 것 처럼 보이긴 해서...
그 뒤로 들린 카더라...로는 '나'라는 중간 다리가 사라지고 나서, 이후에 약 1년을 진행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기획 & 개발간에 의견 조율이 잘 안되서 소소한 트러블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런칭했고 그 뒤에 개발자와 디자이너 직군 퇴사자가 꽤 있었다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있는 팀이라 - 여전히 투자 잘 받고 순항 중이다.
(그리고 내가 뽑았던 인턴 출신 개발자 후배는 약 1년 뒤에 나를 따라 쿠팡으로 넘어왔다. 유일하게 연락 유지)
* 디자이너들은 각각 Toss와 Line, 카카오로 / 개발쪽 퇴사자들은 독립해서 창업, 외국계 IT 팀 리드가 되었다.
(독립하신 분들 중 유명한 인재로는 병특으로 영입되신 - 멋사 두희님, 스터디파이 태우님 등이 계셨다.)
하여간에 다시 내 얘기로 돌아와서,
이 당시의 내 생각으로는 - 꽤나 제너럴리스트가 되었는데, 당시 B단계에서 영입된 인재들 (위에 언급된 두분) 처럼 개인의 커리어가 돋보이려면, 무언가 특정한 영역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개발자냐 기획자(PM)이냐의 기로에 섰던 Just-time이었던 것 같고, 쿠팡의 PO Recruiting 공고를 보니
당시에 핫하기 시작해진 아마존 문화 및 선진 Product Managing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아서
한창 로켓배송으로 '대세'로 뜨고 있던 쿠팡의 PO직군에 도전했고 운좋게 합격해서 이직 하게 되었다.
만약 이때 쿠팡의 PO로 넘어간게 아니었고, Node.js쪽 개발자로서 어딘가에 다른 스타트업에 갔거나 / 큰 IT 회사 개발자로 갔다면 과연 지금 PO를 하고 있을까? 에 대한 Question을 남겨본다.
이제는 개발자로 (미국)회사 면접 광탈만 겪고 있고, PO가 아닌 다른 역할로...... 돌아가긴 늦긴 한 것 같다.
커리어의 첫 50% 였던 - 1부는 여기까지.
2부는 쿠팡, SKP 시절까지의 이야기로. 진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