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들 기준 역대급 학력/경력 스펙을 만나다.
2번째 회사였던 당시 시리즈A급 스타트업 재직 시절에 내가 이것 저것 담당 했던 일들을 잘 돌아보니까,
내가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상 시니어 PM의 일도 자연스럽게 같이 하고 있었더라는걸 꽤 나중에 인지했다.
근데 당시엔 업무 Role을 기준으로 PM이라는 단어가 업계에 흔치 않았고, 스타트업이 처음인 모든 구성원이
업무 프로세스 디자인에 대해 잘 알지못했고, 풀타임 기획자도 없었기에, 디자인이 안들어간 기획자의 업무를 내가 겸업 한셈이었다. 그리고 풀타임 기획자 / 풀타임 프로젝트 매니저를 각각 2015년에 시리즈A 받은 자금을 털어서 경력자를 채용해버렸으니, 그럼 넌 남는시간에 뭐할래?가 남아버린 몹시 애매해진 상태가 되었음
초기에 조인한 나는 회사가 원해서 제네럴 리스트가 되었는데, 남은건 토사구팽이더라?인지 아니면
내가 뭘 맡아도 잘하지 못해서 전문가 채용의 필요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자는 아니라고 믿고싶다)
시리즈A 이후부턴 투자금의 용도에 대한 부분도 정의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의사 결정 진행 방식이 과거처럼 전체 규모의 팀 미팅을 통해 중요한 진행 의사 결정을 하는 부분들도 거의 사라져서, 스타트업이라 좋은점이 별로 없어졌구나 - 생각하며 전문성을 찾아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포인트에서 당시 핫한 '쿠팡'의 Mini-CEO 존귀! 드루와~드루와~ 라는 약팔이에 제대로 넘어가버렸겠지만
사실 쿠팡에 들어 가서는 와 나만 낚인게 아니고, 이런 분들도 낚여서 PO로 오셨네? 싶었던 사례도 많았다.
쿠팡에 들어와서는, 약 1.3년의 시간동안 솔직히 참 많은 일을 했고 성장했다. 이 부분에선 감사하다.
결과적으로 지금 내 pm으로서의 업무 퍼포먼스는 이때 거의 다 형성된 습관 / 배운 것들에 기반하고 있다
내 기준 나름 큰 프로젝트 3개를 맡아서 모두 런칭했고, 프로덕트 관점에서도 애자일/린 하게 지속 개선하면서 개발팀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제는 어디가서도 PM으로서 활약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음. 나중에는 중국/미국/한국을 크로스 오버 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도 했었으니...
(그리고 이 자신감은 2019-20년에 왕창 깨졌다. 미국 현지에선 PM으로는 서류 통과조차 못하더라 ㅠㅠ)
내가 입사시점까지만 해도, 한국인 남자 중에는 최연소 PO였는데 - 이듬해에는 바로 깨졌지만...
(JD상 최소 5년 경력 필요였는데 내가 딱 만 5년 경력이었으니까, 다음해 군 미필 5년 경력자가 입사하셨음)
애초에 한국인 남자 po가 전체 약 25~28명 po중에 8~9명 밖에 없는 소수 비율이었고, 전체의 절반 정도는 외국인 (미국+인도/인도계 미국인+중국계 미국인) 남자가 채우고, 나머지는 한국인 IT 최고 스펙급 여자 PO분들 + 소수의 외국인 여자 PO분들이 메웠다.
e.g ) 샤대 + 유펜 mba, 스탠포드 mba, 켈로그 mba, Kaist mba, 카네기 멜론 CS석사, MIT 라던가...
이분들도 약팔이에 낚여서 들어오시긴 했을텐데,
약간 과도기 시점인 2016~2017년즈음에 성장과 보상에 만족을 못하셨는지 (나 포함) 대거 쿠팡을 떠나셨고, 지금 2020년 시점엔 여기저기 회사(유니콘급, 시리즈 B이상급도 포함) CPO, CEO를 하시는분들이나,
유니콘급 회사의 no 2.~3급 임원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나도 뭐 언젠간 유니콘의 음음!
가끔 스타트업 관련 좋은 소식에 이분들이 언급되는걸 보면, 존경스러우면서도 살짝 부럽기도 했다.
하여간 2015~2016년 동안 내가 있었던 마켓플레이스 사업부쪽 PO팀의 팀원들 스펙이 대충 이랬다.
- 디렉터급 PO: 백인 미국인 / 텍사스 오스틴 CS, MBA 출신, 창업 & VP 경력 있음
- 개발 리더 : 중국계 미국인 / UCLA였나 어디서 석사였나 박사까지, ex 시스코, 오라클에 쿠팡이 천억대에 m&a한 데이터 분석 기업의 전 cto & 나중엔 인도공대 & 버지니아텍 출신의 아마존 개발 매니저 인도분
- 팀원급 PO(시니어PM급 이상) : (이 중 한국계 미국인 포함 한국어 가능자 총 4명)
MIT 출신 ex아마존, 인도공대 출신 ex인도의 no1이커머스, Kaist MBA ex롯데, 히토츠바시 MBA + ex 아마존 SR PM, 켈로그 MBA ex 애플, 하와이 주립대 + ex골드만삭스, 밥슨 칼리지 + ex 아마존 PM, 칭화대 출신 ex 징동이었나... 그리고 국내에서나 좀 이름있는 사립대 학부 출신인 스펙 넘나 비루한 나 (...) 그나마 이땐 ㅂㄱㅎ시절이라 외국po들이 나한테 물어보면 현직 한국 대통령이 내 학부 직속 대선배야~ 이렇게 대답하긴 했었다.
애초에 팀원들 국적이 글로벌이라 - 미, 중, 한, 인도 등... 공식 언어는 당연히 영어였고,
내가 한국인 평균보다 & 개발자 중에선 영어를 아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pm으로선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tech 백그라운드의 cs전공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api', '머신러닝' 등 매우 tech based proj을 맡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살면서 이런 고스펙자들이랑 또 팀을 해볼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물론 평가는 저들과
동일한 선에서 비교됬으니까 그냥 평범 그 이하, 앞으로 노오력 해서 많은 발전 필요..라는 판정이 나왔지만
어찌됬든, 이런 '뛰어난 동료'들의 네임 밸류 덕분에 나도 내 실제 가치보다 시장에서는 고평가 받긴 한 듯.
쿠팡 po로 재직했던 1년 동안, 헤드헌터의 이직 러브콜 횟수가 거의 30번이 넘었다. 이 무슨;
그리고 이 상태 그대로 다음 회사인 SKP 11번가의 커머스 담당 PM으로 회사를 옮기니 내부 평가가 180도 달라짐, 용꼬리가 되길 포기한자 최소 삐--의 머리가 되어라 (...)
애자일 전면 도입 후, 나름 사내 중책 프로젝트 (11번가 전사 핵심과제 RANK #1)의 실무 리드를 맡았고
CTO(훗날 11번가 CEO가 됨), COO(SKP CEO가 됨) 에게 프로젝트 진행 보고를 해본 실무 담당자가 되었다.
최초이자 당연히 최연소 PO가 되었고 (보통은 기존 10년차+ 파트장, 기획 팀장 이상이신 분들이 PO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mba 출신 PO님들 대비 중간에 초기 스타트업을 거쳐서 저렴해진 연봉 페이롤(?)도 어느정도 잘 해결 되었음.
내 직속 보스(J님) - SK그룹 기준으로는 기획실장(부장 ~ 준 임원급)님은 직전 회사인 쿠팡 시절엔 사실 같은 팀원이었으나, 실제론 나랑 까마득한 잡레벨 & 경력 차이가 있기에, SKP에서는 자연스럽게 상하관계가 되었는데 1년간 풀타임으로 코칭 받으면서 아마존 본사에서 거의 전무했던 한국인 & 아마존 재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서 본사로 넘어간 Sr. PM의 업무 생존력을 배우고, 시니어급 PM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상세하게 코칭 받으면서 역량을 길렀다. -> 지금은 모 AD tech 회사의 VP로 가 계신다. 시애틀에도 지사가 있는데 .....
차상위 보스인 개발 단장님(SK전무)/서비스 본부장님(SK상무)도 매우 나를 이뻐해주셨다. 종종 밥도 사주시고, 본부장 권한으로 연차/직급 대비해서 솔직히 높지는 낮던 내 베이스 연봉도 팍팍 올려주시고 항상 잘 해주셔서, 사실 한국에 남았었다면 크게 불만 없이 11번가 상품 PO를 지금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이직에 혹하긴 했었으나, 알 수 없는 일) 당시 내 나이 (만 33)에 10년 내론 절대 망하지 않을 탑급 대기업(SKT) 계열사의 Core 책임자 직군이었으니까, 사실 떠나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긴 했다.
결과적으로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쫒아서 미국에 넘어 왔고 - 커리어적으로는 반년간의 노력이 실패로 끝난
(현지 기준 엑셀레이팅도 못받은 실패한 초기 비즈 모델) 사례를 겪었고, 취업하려고 보니 코로나가 터졌고
지금은 다시 한국 시장을 타겟으로 한 B2B & B2C 커머스쪽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돌아온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이 브런치에 꽤 상세히 남긴 것 같다.
글 두줄 요약 : 스타트업 등으로 주니어급 PM의 경력을 쌓았다면, PM 사관학교로서 쿠팡은 괜찮은 곳이다.
다만, 첫 PM & 쿠팡이라면 한 3년 이상은 다니고 나오는걸 권한다. 조직문화 & 일하기엔 SKT쪽이 참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