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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 Odyssey Jul 03. 2020

개발자에서 PM 전향하게 된 계기?

PM 업무에도 관심 많은 개발 지원자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음

안녕하세요 OO님!


 제가 개발자로 회사 업무를 시작했을때는, 한국 IT의 직군은 크게 '기획', '디자인', '개발'로 나뉘어 있었고

 개발자가 연차가 차면 자연스럽게 '개발 매니저'가 되는 구조였습니다. 


 당시 IT의 업력이 짧다보니, 당시엔 30대 중반의 차장급 연차의 팀장님들이 꽤 많던 상태였고 이분들의 업무는

 실무자의 사기를 독려해서, '이미 위에서 정해져서 내려온 프로젝트 단위의 개발 일정'을 잘 지키고, 

 누가 열심히 / 잘 했나를 가지고 보상의 파이를 갈라주는  '공사장이나 군대의 십인장'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정말로 '관리'만 하는 업무였는데, '10년뒤에 저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가 단순히 개발 관리직이 아닌 

경력이 쌓일수록 중요한 부분에 더 깊게 관여할 수 있는 역할로 직군을 바꾸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사실 요즘엔 40대 이후로도 매니저 트랙이 아닌 순수 개발자로서 계속 남는 경우도 많이 보이고 해서 ...


 > 지금은 어쩌다보니, 소규모 팀이라 개발 매니저면서 기획 팀장 겸직에 가까운 형태이긴 합니다만...


 저도 나름 어릴적부터 CS공부에 꽤 관심이 많아서  정보 올림피아드라거나,  OO님의 모교인 대전 K학교의 창의력 경진 대회 같은데서 수상도 종종 했었던 컴공 꿈나무였으나, 사실은 너무 일찍 부터 개발을 시작해서 그 반대 급부로 빨리 벽을 만나버린 경우일 수도 있긴 한데


큰 IT 회사의 말단 실무자로서 업무를 하면서는 그냥 주어진 과제를 창의성 없는 코드로 짜야하는 것에 약간은 좌절을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예를들면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짰더니, 돌아온 평가는 - 자기 만족의 효율성 보다 다른 사람의 유지 보수 편의를 위해 남들도 다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코드를 짜야한다 라거나...


(그리고 이 평가를 내린 분이 국내 거의 유일한 마소 C++ MVP & 한창 CS가 인기 절정이던 벤처붐 90년대 후반에 S대 컴공을 다니신 현직에서도 인정받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수님의 공식 평가 발언이라 더 좌절스럽기도 했네요)


여기에 OO님도 언급하셨던, 안정성 지향의 인프라/언어 선택 등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을 공부해도 이걸 도입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막혀있기도 했었구요.


> 이 부분은 제가 떠나고 약 2년 뒤쯤에, 새 CTO님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네이버를 추천드렸던 거구요.


 처음 스타트업으로 떠나게 된 시점에서는, 위와 같은 부분에 대한 족쇄를 해방하고 - 개발자로서 신 기술 도입과 열정을 찾아보자! 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스타트업으로 갔더니....

 공룡과 싸우는 유인원이 되었다고 해야할까요; 300척을 12척의 배로 막아야하는 충무공의 심정을 알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한창 제가 다니던 클래스팅이 '교실에서 수업할때나 일상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소통하는 SNS 컨셉'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2014년 여름쯤에 두번째 투자인 시리즈 A를 유치할때 쯤에


 전 직장에서 분사한 '밴드'가  동창/학급 기반의 SNS로 브랜드 리 포지셔닝을 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로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데, 수십명의 경력 개발자로 저희와 거의 유사한 기능을 뚝딱 뚝딱 붙이며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 하면서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으로서 네이버 상대는 약간 속수 무책이라고 느낀게 첫번째.


일개 개발자로서는 대세를 거를 수 없다는 걸 느꼈고, 팀 단위로 뭉쳐서 방향을 잘 잡는 '선장' or '항해사'가 매우 뛰어나야만 - 이러한 위기를 만나도 현명하게 다른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 이후로는 좀 더 기획과 전략 수립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실은 제 학부 전공이  '경제&컴공'이기도 해서, 어느 정도는 비즈니스 기반의 IT 기획 포지션 자체에도 관심이 많았었구요.  사실 그 이유로 네이버에서도 원래 면접 당시에 배치가 고려된 부서인 '검색 서버/검색 모델링'이 아닌 '검색광고' 부서를 1지망 배치 지원했습니다.  


 시장 포지셔닝 전략, 성장 전략, 경쟁을 피하는 전략 등 아에 전략 레벨에서부터 서비스에 관여하고,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경쟁자 분석, 사용자 관점에서 피드백, VOC 기반의 서비스 개선 등  이런 부분을 누군가는 잘 챙겨야만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당시 기준으로 '구글 분석기 자격증 획득 & 도입', '더 빠른 prototyping가능한 node.js 백엔드 도입' 등 이쪽 공부를 더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역할 자체가 '개발 --> 기획 & 잡무'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때는 이게 PM의 역할이란걸 모른 상태로 누군가가 챙겨서 일을 해야하니까 했는데, 알고보니 이게 미국 실리콘 밸리식 PM이더라-를 2015년 초 정도에 처음 알았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쿠팡의 공이 컸습니다.)


 (실리콘밸리 PM 출신의 조성문님의 홈페이지 링크 참조) https://sungmooncho.com/2012/01/16/product-manager/ 

 

당시에 부족한 개발 리소스를 메꾸기 위해 - 당시 주1회 사무실 방문해서 업무를 체크하고  외부에서 일하시는 회사 소속의 프리랜서 개발자가 두분 계셨는데, 

 이분들에게는 제가 위 글의 PM 역할로서, 해야할 일 정의, 구현 방법까지도 이날 같이 논의하고서, 떨어져서 각자 나눠서 개발하고 / 끝나면 제가 다 합쳐서  

 최종 산출물 기반 개선 피드백을 남기는 형태로 분업을 했더니 제가 혼자 기획하고 개발 하는 것 보다는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혼자서 3주 걸려 개발 +a 였다면 적어도 열흘이면 되고, 퀄리티는 더 올라가는 효과.


 나 홀로 개발자 1명보다는, 개발자 2~3명이 한 몸처럼 나눠서 업무를 할 수 있다면 팀으로 더 효과적으로 미션 달성을 할 수 있다는걸 잘 알아버렸기도 했고

 원래도 어느정도 기획 욕심이 있기도 했으니까, 아예 개발을 손 놓고 풀타임 PM이 되서 -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같이 방향을 정하고 구현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면

 굳이 내가 직접 개발하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위의 사례와 같이 실제로도 해보니까 기대보다 더 효과가 나오는걸 보았습니다. 


 덕분에 개발 백그라운드 보유자로서 PM으로 전직하는 것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을 얻었고, 이래저래 시리즈 A 이후에 새로운 분들도 많이 들어오셨었는데, 그 중엔 이미 다른 곳에서 검증된 스타트업 대표 출신 PM분이 계셨기에 제가 원하던 풀타임 역할을 얻지 못한 아쉬움? 등이 겹쳐져서  꽤 많은 고민을 하다가, 


당시에 로켓배송으로 성장하던 쿠팡이 아래의 슬로건으로 공격적으로 인재를 유치하는 한편

PO를 채용하는걸 보고서 아마존 출신들에게 미국식 PM 업무를 잘 배워볼 기회다 싶어서 지원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마존 출신에게 시니어 PM의 업무를 잘 배운건 그 다음 회사인 SKP에서 J 보스님에게...)


 https://www.ajunews.com/view/20141124101546256 


* 혹시나 pm 업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개발자로서 4~5년 정도 경력을 쌓고 - 스타트업 실무 또는 MBA를 통해서 IT 회사의 시니어급 PM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사례가 가장 많습니다.


* 제 주변 지인중에서 창업자가 아닌데 경력직 PO로서 알려지게 성공한 전환 케이스인 유리님의 사례를 붙여 드립니다. (제 쿠팡시절 동료 & 영재님의 MBA 동문 선배시기도 하네요)


 테크트리 : CS 전공 -> 삼성전자 엔지니어 -> MBA 유학 -> 글로벌 회사 경험 -> 쿠팡 PO -> 토스 PO/디렉터


사족 : 위의 (김)유리님의 사례는 아웃스탠딩 인터뷰  - toss의  po 사례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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