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 It Daily Report
어제 회식의 여파로 아침에 아내와 밥을 먹지 못했다. 점심과 저녁에 식사 약속이 있던 터라 자문하는 회사에 가서 점심을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먹는 IT 개발자들과 수다를 떨면서 숙취를 해소했다. 어제 회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다가 한 개발자에게 '어제 얘기 많이 못 나눴네요.'라고 말을 건넸는데 '아, 많이 나눴는데요?'라고 말을 해서 미안했다. 멋쩍음에 옛날이야기를 시작했다. 혹시 삐삐를 아시냐고, 삐삐에는 음성 메시지가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애에게 연락을 했는데 단순히 확인했다는 전화번호만 왔을 때, 참 속상했다고 했다. 그것을 요새 단어로 하면 '읽씹'이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지에서 '1' 숫자가 지워졌는데 아무 말이 없는 상태, 몇 분 정도 기다리고 읽씹 여부를 결정하는지 서로 말이 오갔다.
인터스텔라 음악이 나오는 사무실의 식탁에 모여 앉았더니 이야기는 과거 미래의 시제 구분이 사라졌다. 예전에 집전화만 있을 때 전화를 받았더니 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폰팅 하실래요?'라고 한 적이 있었고, 국민학교(초등학교) 6학년 졸업식 즈음 어떤 애가 선물을 주겠다며 교문 앞에서 보자고 했는데 2시간 동안 안 나와서 난감했다고 했다. 기술은 '기다림'을 삭제하면서 느긋함도 앗아가기도 했을 것이다. 1분 1초가 정확한 우리나라 교통시스템처럼 분단위 시간계획과 수많은 스마트폰 알람은 때론 슬픈 비명과도 같은 것이다. 나중에 기술이 진짜 발달하면 기술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견도 나누고, 스무 살 전후 삶의 고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점심 약속에 나가서 백종원의 인생 설렁탕 집에 갔다. 해장에는 난 개인적으로 '된장'이라서 된장 시래기 설렁탕을 먹었는데 맛있다. 다 먹지는 못하고 나왔다. 그리고 근처 클로리스 커피숍에 갔다. 그곳은 아내와 사귄 지 100일 되어 커플링을 맞춘 장소이기도 했고 사연 있는 얼그레이 티가 맛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차가 식고 물도 리필을 했다. 클로리스는 독특한 디자인 덕에 은은한 향내를 내는 것 같았다. 그때쯤 배가 좀 더 고파졌고 간단히 분식으로 저녁식사 예열을 하자고 제안했다. 떡볶이집은 교보타워 뒤에 있는 '덕자네 방앗간'이었는데 줄 서서 먹는 곳이란다. 다행히 애매한 시간이라 줄은 서지 않았다. 떡볶이 떡이 우와 가래떡이다. 아내는 쌀떡 나는 밀떡을 좋아하는데 한번 다시 가볼 맛이다. 떡볶이 소스가 정말 독특하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 둘을 만났다. 한 명은 자주 보는 녀석이면 한 명은 2년 만에 보는 녀석이었다. 우리가 알게 된지는 벌써 23년인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으니. 난 이들과 가장 기억나는 한 때는 아마도 자리에 참석 못한 베프의 생일잔치였었다. 토요일에 일부러 우리가 청소한다 하고 대여섯 명이서 방과 후에 청소를 하고 케이크로 생일 축하를 하다가 결국에 케이크는 하나도 못 먹고 얼굴과 온 교실에 던지고 놀았었다. 칠판에 케이크가 묻었는데 기름때가 사라지지 않아서 연신 휴지와 천 걸레로 칠판을 닦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이들과 고2에서 고3 올라가는 1월 1일 0시에 보신각 종 치는 것을 보러 갔었고, 노래방에서 술을 마셨었다. 집에 새벽 세시에 들어가서 상당히 혼났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정도의 인연이 되어 삶을 꾸려갈지는 몰랐다.
오징어 회와 물회를 시켰고 소주병은 점점 늘어갔다. 친구는 나에게 만날 때마다 고마워했다. 아마도 약 16년 17년 전쯤 군대를 다녀와서 동네 맥주집 - 정확히 응암오거리 비어 케빈 - 에서 내가 전문대에 다니는 그에게 '편입해봐라'라고 말했고 그는 그때부터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전에 고3 때 독서실도 같이 다녔다는데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그마하고 잘생겼던 그 녀석은 그 이후로 좋은 기업에 취업했고 이제 금융권으로 진입해서 돈을 잘 벌고 있었다. 그 녀석이 새벽마다 나가서 편입 공부를 할 때 같이 술자리에 앉은 녀석은 나와 술을 먹다가 새벽에 들어가서 두 서번 마주쳤다고 한다. 연결고리는 너무 어지럽다.
두 번째 시골된장 집에 갔는데, 너무 맛있게 먹다 보니 사진을 못 찍었다. 마지막으로 LP BAR 제플린을 갔다. 그곳은 강남에서 술을 마실 때면 꼭 가게 되는 곳이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나도 주로 외국 노래를 시키는 이 곳의 분위기가 참 맘에 든다. 기네스 맥주랑 에일 한 두 종류를 판다. 술에 취하려는 곳보다는 시간에 젖어드는 곳이다. 오랜 친구는 음악을 좋아한다. 그의 어머니가 그 시절 배운 여성으로서 팝송을 많이 들었고 그도 그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혼자 현대 카드에서 하는 콘서트에 참석할 정도로 노래를 좋아한다. 그는 4곡의 신청곡을 종이에 써서 올렸고 그중에서 3곡이 나왔다. 나도 덩달아 들썩들썩, 갈수록 만날 사람이 없어지는 시간이 될수록 숙성된 기억을 나누는 이들과의 시간은 드물지만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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