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산업인류학연구소 박준영 Jul 24. 2023
여영현 - 아버지의 손
고구마밭에서 잡풀을 뽑았더니
초록의 피비린내가
목장갑에 배었다.
잡풀이 생존하는 방법은
움켜쥐는 것뿐이다.
줄기는 뿌리를 움켜쥐고 뿌리는
흙을 움켜쥔다
... (중략)
시 한 구절을 읽는데, '아버지'라는 단어 때문도 아닌데 2연 '잡풀이 생존하는 방법은 움켜쥐는 것뿐이다'라는 문구에서 콧잔등을 움켜줬다. 코로 올라오는 매캐한 것, 김치찜을 만들려고 고춧가루를 뿌린 것도 아닌데 올라오는 그것을 슬쩍 막고 시 읽기를 겨우 마쳤다.
풀은 '잡'스러운 적이 없다. 잡것인지 중한 것인지 귀천은 손아귀 힘이 센 사람들이 정해왔다. 그저 알곡을 고르고 필요한 풀을 발라내서 인간 몸덩이도 살려고 풀을 움켜쥐고 그 힘으로 흙을 움켜쥔 풀을 뿌리째 뽑아내려고 한다.
몸을 둘러싼 사투가 벌어지는 침묵의 현장. 고요는 까닭 없는 공포를 내려준다 그 감각에서 나는 무엇을 움켜쥐고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만약 풀이 사람을 뽑는다고 하면, 풀들이 일어나 사람의 발을 견디고 있어 준다고 하면, 나의 삶에서 알아채야 할 목숨의 무게는 어느 만큼 일까. 밥의 힘을 말했던 이가 있었다. 무엇인가를 죽여야만 살아날 수 있는 하루, 고작 하루 중에 한 끼라도 거를 틈이면 드러나는 위의 움켜쥠과 허겁지겁 숟가락을 움켜쥐는 입, 그 틈 사이에 배어 나오는 생의 즙이 배어 나온다
다듬고 다듬어 삭히고 삭혀 만든 김치찜을 만든다. 파란 대파를 마지막에 썰어 넣는다. 그것이 색을 잊어버릴 때 그 색은 붉게 김치를 움켜쥐고 그 힘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