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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문학]오늘도 음식 앞에 고개를 조아린다

Eat&It_Daily Report

표지 이미지 출처: https://medium.com/@darasimiolaifa/manners-maketh-man-values-maketh-company-fed8a35c9141


제주도 외딴곳 숙소에 머물고 있다. 아침까지 차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만난 사람은 주인장뿐, 오늘은 마트에서 음식을 사는 날이고 아침은 간단히 먹기로 했다. 아내가 일일이 챙긴 생강차 한잔과 고구마칩, 그리고 아몬드 후레이크와 우유, 꿀호떡을 먹고 마신다. 달다. 나는 아몬드 후레이크 같이 우유를 타서 먹는 시리얼 류를 즐겨먹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신 아몬드 후레이크가 다른 시리얼류 -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는 켈로그나 달지 않아 손에 가지 않던 닭이 주인공이던 콘프레이크 - 보다 달고 값이 비쌌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러고 보니 중고등학교 때 조금 먹었던가 싶다. 아내는 시리얼을 자주 먹었다고 한다. 아내가 죠리퐁을 요즈음도 잘 먹지 않는 이유는 우유에 타 먹은 죠리퐁이 입안에서도 거슬리고 자주 먹어서 지금은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나에게 우유는 여전히 소화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우유에서 요거트라는 발효식품이 나오게 되는지 인간의 생각이나 자연의 힘은 두려울 때가 많다.



아침에 둘레길 트레킹을 하려다가 생각보다 낮은 기온에 위축되어 바람이 불어 을씨년스러운 휴양림만 걷고 나서 바로 장을 보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제주 중문의 하나로 마트를 갔는데 식당은 특별한 일 없으면 들리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도 제주도에서 맛있는 음식을 다 먹었다. 장 보는 규모를 늘렸다. 펜션의 냉장고가 작아 원래 넣었던 물을 빼고도 자리가 없어서 외롭게 식탁에 남은 떡볶이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방법은

1) 떡볶이 량이 적당해서 같이 장본 어묵탕용 어묵 몇 개를 먹기 좋게 썰어 준비하고,

2) 신라면 건면을 하나를 뜯었다. 지금 떡볶이 용으로 쓸 다른 양념은 없기 때문에 라면 스프를 모두 넣는 방법을 선택했다.

3) 조리는 먼저 라면 사리를 끓일 물을 올린다. 기성품 떡볶이가 제시하는 양보다 약 200ml 정도 물을 더 붓고 떡볶이와 소스, 스프를 모두 넣고 끓인다.

4) 사리면이 덜 익은 상태에서 꺼내고, 끓고 있는 떡볶이에 어묵과 함께 넣는다. 간을 보고 필요하면 스프나 기타 양념을 추가한다.



동원사에서 만든 치즈 떡볶이 순한 맛이었는데, 어묵의 해산물 맛에 치즈 맛이 줄긴 했지만 맛있게 먹었다. 남김없이, 그리고 마트에서 산 천혜향. 역시 맛이 좋았다. 제주도 마트의 특이한 점은 역시 '귤'은 팔지 않는다는 점. 천혜향과 레드향, 한라봉 같은 특수 과일은 있지만 귤은 없다. 전에 제주도로 이주한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제주도에서 귤을 돈을 내고 먹느냐 얻어먹느냐가 제주도 사회에 편입되었느냐 아니냐를 나타낸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귤은 없다. 천혜향 아주 맛있다. 귤과 그 특산품에 대한 그들의 자존심과 수준은 외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혜향 더 살걸.



숙소 근처에 높은 나무 숲을 구경하고 책을 보고 잠을 자고 음악을 듣고 쉬었다. 숙소에서 전기밥솥을 줘서 가져온 쌀로 흰쌀밥을 만들어 8개로 소분했다. 저녁은 역시 흑돼지 오겹살. 마트에서 100g에 1,580원 하는 돼지고기를 샀는데, 오 그 맛이 기가 막히다. 배불리 먹어도 음식점 1인분 가격도 안되는데, 인간의 노동과 유통의 고귀함이란. 인심 좋게 780g이나 주셔서 한 두 덩이는 다음 끼니를 위해 냉장고로 뺐다. 숙소에서 자이글이라는 전기로 굽는 도구를 썼는데 연기도 덜나고 기름도 쪽 빠지고 맛있게 먹었다. 쌈채소로는 로메인과 상추, 깻잎을 먹었는데 로메인의 맛이 뛰어나다. 마트에 다시 갈지 모르겠는데, 고기와 로메인은 더 먹고 싶다.


오랜만에 세 끼를 다 챙겨 먹었다. 오늘 아침이야 간단히 해결했지만 세 끼를 모두 밥으로 먹는다면 밥을 하는 입장에서 그것으로 하루는 지난다. 기본으로 김치나 밑반찬이 있으면 국거리와 먹을거리 하나를 더 해야 한다. 먹을거리는 고기나 생선, 기타 음식들이 될 것이다. 나야 아직도 가사 노동 중에 나에게 가장 맞고 창의적이라 생각하는 음식 만드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밥을 만들기 위한 노력, 밥의 재료를 공급하기 위한 일은 대부분 어떠한 생명체를 죽이는 일로부터 발생한다. 살기 위해 죽여 먹는다는 고귀한 경계가 있다. 도구와 조리법의 다양성, 향신료와 산해진미의 발달, 식감과 음식의 간 앞에, 배고픔과 포만감이라는 당연하면서도 비뚤어지기 쉬운 몸 덩이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음식을 나눔과 식재료를 거둠에 있는 의식과 금기라는 공동체의 문화가 있다는 점이다.


어릴 때 봤던 영화[데몰리션 맨]에서 먹는 음식을 알약으로 대신하고 인간관계를 사이버로 대신한 지상세계와 쥐고기라도 버거를 먹고 딥키스를 하는 지하세계가 등장한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해서 자연물을 모두 농축하거나, 자연 일반의 생식 절차를 기계화할 수 있는 시기가 되더라도 인간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와 같은 요즘 영화에서는 예전 조리도구인 가스레인지를 등장시키거나 네온사인만 바뀐 음식점을 배경으로 삼는다. 왜냐하면 매콤한 불향을 입히고 향신료를 넣은 음식에 시선이 향하고 코가 킁킁거리며 이빨로 씹고 혀로 느끼며, 목에 음식을 넘기는 감각은 '가상화'하기에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둔 속에 세 끼를 먹으며 집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도구 속에서도 상추쌈을 입이 찢어지게 넣고 고기를 씹다가 생마늘 하나에 눈물이 핑 돈 내 모습을 보고 있는 아내를 보며 히히 웃고 있는 그 경험은 쉬 잊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일, 아니 오늘 몇 시간 뒤에는 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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