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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투숙_이수면

하루 시집 한 권 시평 하나

투숙/이수면


우리는 머리 위로 내리는 이것이 눈임을 안다. 이런 눈은 너무 흔하다. 눈은 어떠한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 눈이 오면 우리는 눈이 내리는 것을 나무란다. 눈을 뭉쳐 멀리 던진다. 날아다니는 뭉치들 이리저리 빗나가는 것들 그는 자신을 투숙객이라 했다.

 어디서 왔는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눈이 초점을 잃고 내리고 눈이 조금씩 더 어긋나게 내리고 우리는 눈을 뭉쳐 이리저리 굴린다. 거대한 점점 더 거대해지는 마비가 있다. 눈이 내리는 동안 눈은 잠들어버린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눈 속에서 우리는 서로 붙잡지 않는다.

 그는 투숙 중이라 했다. 언제까지 머무르세요 이곳이 지낼 만한가요 이런 것이 눈이 아니라는 듯 닿으면 바로 무너지는 눈 이렇게 옷에 잔뜩 묻은 눈은 털어주는 것이 좋아요

 눈이 그친다. 이런 눈은 너무 흔하다. 눈은 어떠한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 눈은 쉽게 굳어버리려 한다. 우리는 눈을 치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눈 딱딱하게 굳어버린 눈을 집 밖으로 나른다. 눈을 치울 때 눈이 우리를 바라본다. 우리가 삽으로 눈을 부술 때 거대한 눈덩이들이 우리를 바라본다. 예전에 자꾸 놀라던 적이 있었음을 눈속에서 차를 꺼내며 생각했다.




 3연을 먼저 보면, '이런 것이 눈이 아니라는 듯 닿으면 바로 무너지는 눈 이렇게 옷에 잔뜩 묻은 눈은 털어주는 것이 좋아요'라고 쓰여있다. 눈을 변주하며 시인이 이야기한다. 1연에서 눈의 시선을 나의 시선으로 옮겨본다. 내가 사람을 아래위로 바라보는 눈빛이 있다. 이렇게 사람을 훑어보는 것은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어떤 이에게 큰 상처가 되는 시선이다. 눈을 뭉쳐 던지는 시선이 하얗고 단단한 눈덩이보다 훨씬 더 아프다. 그것을 빗나는 것을 이방인, 투숙객이라고 하고 있다. 


  타인을 무엇 무엇이라 속단하는 것, 그리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2연에서처럼 정확하지 않고 계속 어긋나고 있음을 말한다. 어긋나고 있는데도 그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사람을 그저 바라보지 못하며 그를 멈칫하게 만든다. 그 시선에서 서로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은 '잠들어 버린다.'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4연에서, 냉정한 시선 같은 바람이 불고 누구도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나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한다. 슬쩍 눈을 치워보려고 한다. 손을 맞잡지 않고 동등하게 응시하지 않고 위에서 쳐다보듯 한 눈을 내 마음속, 혹은 어떠한 집 밖으로 없애본다. 비로소 부여잡지 못했던 우리가 등장하고, 삽으로 쾅쾅 부수고 있을 때, 이 일이 언젠가부터 계속되는 일이라는 것을, 놀랬던 일이었음이, 전형의 눈을 거두니 생각이 시작됨을 나타낸다. 그것은 서로 나누는 따뜻한 차가 될 수 있으며 그나마 서로의 온기를 간직할 수 있었던 차라는 공간일 수 있다. 수많은 눈 속에 숨겨졌으며 누구나다 투숙객임을, 낯섦이 있음을 비껴나감이 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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