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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문학] 남은 것들(leftovers)

Eat&It_Daily Report


음식을 하는 일도 기쁘거나 때로 버겁거나 하지만 남은 음식을 어떻게 대하고 처리하느냐도 쉽지 않은 일이다. 둘이 사는 집에서 즉석밥을 쓰지 않고 밥을 해 먹으려면 압력 솥밥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놔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미역국을 끓여도 4인분에 얼추 맞게 해서 끓이자마자 2인분을 먹고 2인분은 상하지 않게 하루 한 번은 끓여줘야 한다. 이틀 전에 했던 고등어 시래기 조림은 한 번쯤 끓였다가 하루가 더 지났을 때는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만든 지 3일이 지난 숙주나물은 오늘 없앤다 생각으로 물기를 덜어내고 작은 접시에 담아냈다. 어머니 김장김치와 장모님 깍두기를 담아놓은 파커 통도 꺼내서 오늘 비운다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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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식재료도 마찬가지이다. 어제 삼겹살을 먹을 때 굽고 남은 전복과 새우가 있다. 전복을 냉동하면 아까우니 사 온 지 하루가 지나기 전에 먹어야 한다. 새우는 냉동이었는데 몇 마리만 꺼내서 전복과 새우 함께 해물볶음을 했다. 어제 고기에 곁들일 통마늘을 샀는데, 남은 통마늘을 간 마늘로 하기에는 간 마늘이 차고 넘치다 보니 적당히 마늘을 쓸 요리를 고민하다가 해물볶음에 양념으로 넣으려 슬라이스 마늘로 활용했다. 냉장고는 편리함과 게으름의 도구이고 자연으로부터 온 재료는 시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생의 시간과 맞추기 위해서는 요리에서는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맛이 제대로 들어간 고등어조림, 미역국을 먹고 전복과 새우의 싱싱한 죽음을 빠르게 볶아낸 해물볶음의 탱탱함을 먹고 전자레인지가 되 살려놓은 밥알을 씹는다. 숙성된 김치와 깍두기는 느끼함과 비릿함을 날려주는 재료이다. 이러한 적절한 식탁은 시간이 서로 교차해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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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친구와 그의 사촌동생과 함께 만났다. 바깥에서 술을 먹는 것은 오랜만이다. 어제저녁에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을 먹다가 급히 받은 약속이라 오랜만에 이틀 연속 술을 마신다. 마포에 간 고깃집은 장남 식당이었는데 사람들이 붐빌 곳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여전히 한산했다. 미국산 왕갈비와 삼겹살을 시켜서 배불리 먹었다.


친구와 그의 사촌동생과 만난 이유는 사촌동생이 나를 잊지 않고 만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는 몇 년 전에 어려운 취업의 문을 뚫고 좋은 공기업에 취직을 했다. 그때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강의하며 인문학 박사 코스웍을 시작할 때쯤이었는데 취업이 어려워서 친구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몇 번 정도 만나게 되었다. 취업이 되고 나서 계속 작은 보답을 하려다 공기업이 지방 본사이기도 하며 일이 적잖이 부담되다 보니 만날 시간이 없다가 더 늦기 전에 만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의 잊지 않음이 고마웠다. 전문적으로 취업이나 자기소개, 면접 컨설팅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알음알음 요청이 와서 그 일을 도와줄 때가 있다.


자기소개나 면접은 아이러니하다. 뭐 물론 대부분 심사의 순간은 이상하다. 자기라는 무한한 시간의 덩어리를 약 3000자 정도의 짧은 글과 30분 전후의 면접이라는 순간으로 평가한다는 것, 시작부터 어불성설이다. 무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짧은 글과 순간의 인상으로 판단한다는 것, 또한 그것을 오래 한 이들이 자기만의 감을 가지고 무엇 무엇이라 이야기하는 것, 가장 강력한 오해이다. 그렇지만 사회는 그러한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그의 시대는 나의 시대와는 면접의 순간이 가진 질적 달성의 정도가 달랐다. 그것은 그의 탓이 아니다. 나는 그래서 취업 강의를 하거나 1:1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때 매번 미안한 마음이 더하다. 일정 정도의 훈육 기간에서 정해진 점수의 잣대로 삶을 평가받고 지침을 받아온 그들에게 갑자가 주도적인 자기소개를 하라니, 그것만큼 생경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고 나서 다시금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조직의 언어를 충실히 배우고 끝없이 이상적인 인간이 되길 채찍질받는 일, 불완전함의 인정보다 하지 못한 달성에 채근당하면서, 어두운 구석을 솔직히 말하는 것보다 빛나는 것만 갈고닦아야 함으로써 구성된 삶은 가장 진한 그림자이고 뾰족한 성공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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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기억하는 특이한 점은 '자신감'을 불러 넣어줬다는 것이었다. 내가 처음 자기소개 관련된 도움을 주게 된 시작도 비슷했는데, 처음 자기소개서 도움을 받았던 이를 만나고 나서였다. 그가 유명한 인터넷 자기소개서 컨설팅해주는 곳에서 돈을 주고받아온 자기소개서에 온통 유려한 표현과 완곡한 어법으로 가득했음을 보고 나로서는 난감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는 표현의 문제가 아닌 소재의 문제이다. 대부분 글이 어려운 일은 머릿속의 생각을 표현해내재 못하는 게 아니라 '쓸게 없는' 것이다. 글의 재료가 글감이라면 자기소개서의 재료는 본인 삶의 순간이며 생의 재료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보여주는 일이 자기소개서 작성이다. 게다가 자기소개서는 면접의 대본이다. 대본을 중심으로 모노드라마를 쓰는 면접자가 대본과 다른 언어와 표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무슨 소용인가.


그 삶의 재료에 바탕에는 근자감 밖에 없다. 근거 없는 자신감, 그리고 자기만의 경험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수많은 부끄러운 인생 중에서도 그나마 내세울 작은 순간들의 결합이 나의 근자감을 만들어주는 이야깃거리가 될 뿐이다. 그런데 자기소개의 모범이 있는 거처럼, 이 회사는 이것이 유리하다 저렇다를 말한다면 그것은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타자 소설서이다. 다른 사람의 입맞춤에 맞게 글을 꾸며내는 일이다. 부끄러운 일이 삶에 가득 차 있으나 그 시간 동안에 번진 내 삶의 작은 조각과 징검다리로 그나마 버티는 것이 삶이 아니었던가. 그 작은 조각을 움켜잡으며 위로, 성찰, 받아들임, 고개 숙임을 하는 것이 자기의 바탕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비교를 줄일수록 자신감은 드러나지 않을까,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대부분의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컨설팅해주는 곳에서 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세 시간 정도 듣는다. 그곳에서 빛나는 지점, 상황으로 끌어갈 이야기들을 건져내는 일을 거들뿐이다. 자기 삶의 빛나는 순간이 없다고 여기는 이를 회사에서 왜 뽑겠는가, 회사에서 들어가려고 태어난 이는 없기 때문에 나를 무엇이라 설명하지 못하는 이에게 나 밖의 무엇이 동조하고 인정해줄 수 있을까. 그 동조와 인정에 인색하며 타자와 사회의 굴레에 박히게 했던 기성의 질서에 대한 내심 미안함과 함께, 그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것이 내가 취한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의 주요 지점이다. 자기 삶의 소중한 순간을 겸손히 발굴해낼 수 있는 일, 그것이 자기 앞에 생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며, 그나마 삶의 여분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마포의 해장국집에서 걸쭉한 찌개를 먹고 나왔다. 그가 회사에 들어가 다른 꿈을 꾸며 만들어갈 또 다른 여분의 시간에 대한 자기 발걸음을 응원하며 더는 입보다는 지갑을 열기를 소망하며, 묵묵함이 서로 간의 존중의 원천 임도 다시금 내 마음속에 남는 것이 되길 나로서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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