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2년 차 육아 0년 차
D-8
장모님이 만삭의 아내를 보고 웃는다. 아내도 웃는다. 뱃속 성큼이도 웃고 있으려나. 3대가 몸을 너머서 마음으로 끈덕지게 모여있다. 장모님을 지하철역까지 바래다 드린다. 지하철역 길 건너로 성큼이가 태어날 여성 병원이 보인다. 장모님이 병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내와 나를 보고 웃는다. 장모님이 지하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며 손을 흔든다. 결혼 12년 차의 딸이 이제 다른 딸을 낳는다는 사건은 그에게 묘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가보다.
몸으로 보자면 나는 임신과 출산의 구경꾼에 불가하다. 인류의 기원을 찾으려는 수 많은 시도 중에서 가장 설득력있는 방법론은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속 DNA를 추적하는 것이다. 동식물이 자기 복제를 넘어서 성을 기초로한 생식으로 생물학적 생존과 환경 변이의 다양성을 확보했으며,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개체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개체를 구분했다. 1987년에 등장한 이 연구로 뼈의 형태를 분석해서 인류의 기원을 발견하려는 고인류학적 주장이 한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여성의 DNA를 추적하는 연구 반대편에 남성의 Y염색체를 통해 기원을 밝히려는 연구도 있었지만 위 연구보다 파급력이 떨어졌고, 남성이 이리저리 떠도는 구경꾼에 불가하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언어의 발달'일 것이다. 이것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동안 언어는 남성들이 사냥을 할 때 면밀하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발달했다는 이론이 있었다. 그러나 모국어가 mother tongue인 것을 감안했을 때도 그렇고, 언어는 엄마와 아이 사이의 관계에서 감정을 알아채고 개체끼리의 의사소통을 세분화하려고 발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엄마와 아이 사이 사랑의 표현인 언어가 핏줄과 성씨(family name)라는 관념을 생성하고 대결의 도구로 바뀌었다. 관계의 언어가 법의 언어가 되었다. 언어가 국가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유한한 권력을 영속화하는 수단이 되었다.
기술 발달에 따라 인간의 이성과 머리 능력은 우위가 사라지고, 감정과 몸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Mothering이라며 엄마의 책임으로 가뒀던 '가사' 영역은 인간 가능성의 마지막 기원이다. 언어가 관계맺기가 아닌 통치의 수단으로 바뀐 것과 반대 방향으로 가사의 한정된 의무가 모든 사람들에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 여전히 풀지못한 몸의 비밀은 돌봄 노동이 가진 언어이전 행위의 힘을 강화한다. 구경꾼에 불과했던 비출산 개체가 삶의 가능성을 찾는 일에 아이 돌봄이 있다. 몸이 아니라면 마음으로라도 가까워질 시간, 이제 8일보다 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