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마지막회를 본 감상

Jtbc 싱어게인

나는 싱어게인 2회부터 놓치지 않고 보게 됐다. 처음에는 가수 유미를 이후에는 이승윤을 응원하다가 마지막에는 정홍일을 추종하게 됐다. 플레이리스트에는 싱어게인 노래가 유튜브 추천에는 싱어게인 노래가 항상 떠있다. 싱어게인은 현재 한국의 미디어 환경과 오디션 환경에 또 다른 획을 긋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오디션 프로의 문자 투표에도 평생 참가하지 못해 봤던 내가 실시간 문자 투표와 사전 온라인 투표를 하는 것을 보면 백만 건을 훌쩍 넘는 결과가 사뭇 다르게 와 닿았다. 몇 가지 점에서 싱어게인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 싶다.


첫째, 착한 오디션이다. TV의 오디션 프로보다 더욱 냉정하다는 현실 오디션을 시청자는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현시대에서 '갑질', '꼰대 문화'는 사회 문화적으로 냉정한 비판에 처해있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냉정한 비판은 지원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마저 기분 나쁘게 한다. TV 속 장면은 현실과 다르기를 사람들은 원하기도 한다. 다른 오디션들과 달리 싱어게인이 착한 오디션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참가자들의 실력이 높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기획 자체가 새로운 원석을 발굴해서 성장시켜 나가는 부트 캠프가 아니라 기존에 발굴했다가 사라진 사람을 다시 부르는 리부트의 성격을 가졌다. 음반 출시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에게 심사평도 기본기의 문제가 아닌 전체적인 노래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색깔이 무엇인가를 묻게 되었다. 아울러 별도의 참가자와 심사위원 간의 멘토링 절차도 삭제했다. 시니어와 주니어 심사위원의 배치로 참가자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구성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둘째, 노래를 듣게 했다. 우리나라 오디션의 기원은 슈퍼스타 K이다. 특히 시즌 3까지는 상당한 인기를 모았고 시즌 6은 인기가 많기도 했다. 제작진은 몇 십만, 백만 명에 가까운 참가자들로 성황이었다고는 하나, 예선 3라운드까지 올라가서 TV에 얼굴을 비추는 사람들은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연들이 포함되어있었다. 어떤 무대의 감동은 다양한 이유에서 오기 때문에 사연은 금세 사라지고 시청자는 어느새 냉정한 판관이 되어버린다. 싱어게인은 지원 규모는 확인할 수 없으나, 시청자에게 참가자 수를 71팀 만을 공지하면서 그들이 이미 능력 있는 가수임을 안내하고, 모든 지원자들이 노래 한 곡 씩 완벽히 부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줬다. 결과에 상관없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그것이 그들에게는 커다란 희망이었을 것이다. 완곡을 끊김 없이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방송을 만드는 편집자의 호흡이 아닌 관객이 된 시청자를 배려한 방식으로, 시청자와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셋째, 다양성이다. 심사평과 장르가 다양했다. 먼저 8명의 심사평은 다양했고 진솔했다. 나는 8명 심사위원 중에서 이선희와 김이나 심사위원의 멘트가 좋았다. 말의 힘은 무섭다. 아픈 사연이 있는 가수 이소정에게 '담백하게 노래만 심사하겠다'라고 하거나 '감히 말하는데 웃어도 돼요'라는 말은 힘이 없으면 어설프게 들릴 수 있다. 한 인간에 대해 위로나 불쌍함이 반복되지 않게 만들었다. 가수 정홍일에게 슈퍼 어게인 이후에 '슈퍼 어게인 쓴 나를 너무 칭찬해. 29호님 너무 감사드려요.'라는 멘트나 결승전에서 안타깝게 실수한 이소정의 무대에 눈물을 흘리다가 '저도 상당한 실수를 겪었고 그것에 주저앉았으면 지금 나는 없다. 실수를 잊지 말아야 하지만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발언에서 이선희의 내공이 느껴진다. 진행자 이승기도 이소정을 위로하며 '저도 이선희 선생님 콘서트 때 가사를 다 까먹어서 다시 무대를 한 적이 있거든요'도 한 몫했다. 반면에 나에게는 별도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가수 이선희에게 '대체 누구신데 저렇게 말하죠?'는 등의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 그간의 가요 시장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20대 들었던 음악에 여전히 귀를 기울이고 반복해서 듣는다. 내가 1990년 후반 ~ 2000년 중반까지의 노래에 빠져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나는 여전히 신해철, 이소라, 김동률 등의 가수 노래를 즐겨 듣는다. 그 장르는 부르는 가수가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싱어게인에서는 장르가 다시금 새롭게 들리고 다양했다. 설 무대가 사라지는 지금도 여전히 이 수많은 가수가 그 장르에서 꼭 커다란 성공을 이루거나 스타가 되려고 하지 않고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디션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곡들이 등장했다. 우승자 이승윤의 결승곡이 이적의 최근 곡이라는 점, 이정권이 한영애의 노래를 다시 부른 점, 말이 필요 없이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준 락커 정홍일의 재해석은 이익과 성과가 눈 앞에 놓인 기성 가요 제작자들이 선뜻 제시하지 못했던 다른 지형(scene)에 대한 시도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넷째, 뛰어난 미디어 활용능력이다. 물론 여기에는 참가자들의 뛰어난 실력과 방송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다. 그들은 이미 개인이나 단체의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다. 시청자들은 본 방송 무대 이후에 영상을 찾으려 하고 공식 채널이 아니고서라도 상당수의 리액션, 짜깁기 영상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한다. 나도 가수 정홍일의 영상을 반복해서 봤고 유튜브를 구독하게 됐다. 방송이 끝난 직후에는 미디어 계약의 문제인지 카카오 영상에 노래만 담은 본 방송분이 게시되고, 시간 간격을 두고 유튜브에 캠 영상이 게시된 뒤, 하루 이틀 정도 지나서 가수의 노래와 심사위원의 평가까지 포함된 10분 전후의 영상이 게시된다. 말하자면 일주일 내내 유튜브 등의 미디어로 영상을 시청하게 된다. 방송 회차가 거듭되자 심사위원 평가만을 모은 것이나 다른 목적으로 편집한 영상이 올라와서 나는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기존 오디션에서 인기가 있는 참가자나 품질이 좋은 노래라면 광고성 멘트를 반복하고 소위 짤방, 악마의 편집으로 시청자들에게 궁금증과 짜증을 유발했다. 싱어게인은 본 방송 자체는 아주 매끈하게 마무리하며 시청자의 참여를 유튜브 등의 다른 미디어로 옮기면서 그 장을 방송 이후로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12회 차까지 마쳤다. 다시 노래를 부르는 싱 어게인(Sing again)이 나에게는 깊은 인상을 받은 가수를 얻고 발굴하게 된 싱어 게인(Singer gain)이 되었다. 정홍일 님의 끝없는 질주를 응원하며 나의 가장 멋진 무대는 그가 리메이크한 정홍일 '제발'이었다. 다시 들으러 가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pLla7nVVC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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