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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글로 논문을 완성하려면 닦달이 필요(D-80)

한국 금융시장에서 핀테크 기업의금융 노동에 대한 연구

나는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문화인류학 박사과정 중이다. 주제는 "한국 금융시장에서 핀테크 기업의 금융 노동에 대한 연구"이다. 하지만 회피할 때가 많았다. 나의 부족함이 연민으로 작용하거나, 출판 수준의 글이 되지 못한 것을 노력 부족으로 합리화해왔다. 지난 학기 박사논문 심사에서 떨어졌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오던 방식, 그때그때 발상과 아이디어에 치우쳐 긴 글의 호흡(flow)을 만들지 못했던 글은 논문 심사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그 된서리가 단기간에 그칠 수는 없겠지만, 이번 학기에는 기필코 학위를 따야겠다는 마음이기 때문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학기 재심사가 6월 말에 예정되어 있다.


또 다른 위안으로 그나마 페이스북에 논문 진도를 관리하며 올렸던 지난가을의 버릇이 심사를 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관련된 진도와 내용, 그리고 단상을 올리면서 그날의 한 일과 내일의 할 일을 정의해가고자 한다. 한마디로 '닦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도교수님은 감사하게도 학계에 많이 읽힐만한 글을 쓰라고 했다. 학술적 가치는 차지하더라도 '글이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학술적 가치는 그간의 학문적 노력과 학자들과의 '대화'인데 그 대화를 나눌만한 재료나 축척이 나에게는 상당히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달래 왔던 것을 멈추고 지금 그나마 남은 잔여로서 논문을 구성해 가야 한다.


문화연구, 그리고 인류학 논문은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쓰는 연구방법은 '질적 연구'이다.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갔던 경험을 문화기술지라는 형태의 글로 표현해야 한다. 이미 1년 반 정도의 한국 금융시장의 인류학적 연구를 위한 현장 연구(field work)를 마쳤다. 그 조각을 모으고, 이론과 만나며, 통찰을 갖춘 글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번 예심과 본심을 통한 코멘트를 종합하고 기간 동안 보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먼저 사례와 이론, 통찰이 적절히 배열되지 않고 흩어진 정보 수준으로 되어있는 기존의 논문 글을 재편해야 한다. 이 일을 마치고, 다음 달까지 개선된 큰 챕터 하나를 지도교수께 샘플로 보내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관련된 내용을 써내려야 가야 한다.


오늘은 첫날, 집 앞 독서실을 끊었다. 아이의 탄생, 새로운 일의 시작, 마흔이 넘은 신체적 한계를 통감하며 현실적인 매일의 성취를 만들어낸다.


원칙. 매일 브런치를 쓴다.

. 오늘 진행사항, 진도율, 공부 시간과 다음 날 예정사항, 가용시간과 합리적 목표를 올린다.

. 주당 최소 20쪽 쓸 것, 쓴 글은 매일 '퇴고' 한다.


일정. 세부 챕터, 에피소드 구성 완성(3월 30일)

. 가용 가능한 공부시간을 주중, 주말로 명확화 할 것(4월10일)

. 큰 챕터 글 써서 지도 교수 전송(4월 25일)

. 본심 원고 전송(6월 14일, 심사 일정 최초 7일 전)

. 본 심사(6월 22일 전후)


D-80(6월 14일 D-day 기준)

- 오늘

. 챕터 재구성, 관련 논문과 도서 읽기

. 쓴 글 없음. 진척도 0%

. 공부시간: 4시간 30분

- 내일

. 챕터 재구성 70%, 금융시장의 근심(anxiety) 관련 논의, 본문 작성할 것

. 가용 공부시간 확인 필요, 예상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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