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9, 금융시장의 인류학 논문 쓰기
요즘 사회과학서에서 주목할 용어는 불안(precarity)이다. 이 단어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가 학문적 용어로 등장하면서 활용도가 높아졌다. 프레카리아트는 '불안한'의 뜻인 프리케리어스(precarious)와 '노동자'를 의미하는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로, 전 세계 노동조건이 소위 신자유주의(neoliberalsim) 상황에서 불안하게 되고 있음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precarity는 물질적 사회적 조건을 포함한 감정의 종류이다. 이와 달리 걱정(anxiety)은 존재적 불안으로서 개인 심리적 현상으로 정의한다.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에서부터 삶을 유지하고 옆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정도 여기에 포함된다.
불안과 걱정은 개별적인 사항이라기보다는 사회적 물질적인 조건과 연계되어있다. 사회적 물질적 요건이 좋아진다면 불안감이 사라지지만, 요건이 악화된다면 개인의 걱정이 커진다. 특히 개인이 속해있는 계급에 따라서 불안과 걱정은 다른 형태로 발현된다. 이 계급은 마르크스가 얘기했던 자본가-노동자의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부르디외의 말처럼 서로의 구별짓기를 통해서 계급이 고착화된다고도 할 수 없다. 여기에서 계급 고착화와 사회적 여건에 대한 저항은 가능한가? 현실 조건에 대한 인간의 행동은 단순하지 않으며, 정신분석학적으로 봤을 때 부정과 자기기만의 형태를 띨 수 있다. 그래서 조건의 악화를 사회적 현상인 불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개인이 감내해야 할 걱정으로 여기는 자기기만의 형태를 보인다.
신자유주의적 사회 현상은 계급 현상을 다변화하고, 집단적 행위보다 개인적 경험으로 치우치게 한다. 불안한 환경에 놓인 사람끼리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버티고 이겨내야 할 걱정의 형태로 바뀐다. 그렇게 되면 불안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불안함보다 소수의 안정의 사회적 형태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소수의 직업적 안정성을 가진 개인은 현실의 불안전함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영원한 가치를 찾거나, 불교와 같은 집착을 버리라는 거에 동의하거나, 글로벌 착취 계층에 대한 동정적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안정적인 직업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차별에 찬성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대다수의 불안전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성을 침해할 것을 우려해서 욕설과 비방을 한다. 불안전한 직업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드문 기회를 잡으려 갖은 애를 쓴다. 승리한 소수만이 증명 가능하고 발언 가능하다고 여기며 외부 요건의 도움 없이 자기 충족적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심연으로 추락한, 보이지 않는 불안전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누군가에게는 세금을 축내는 사람들이라는 오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나 옆 사람과 함께 일어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위의 내용은 Neilson, D. (2015). Class, precarity, and anxiety under neoliberal global capitalism: From denial to resistance. Theory & Psychology, 25(2), 184-201. 의 논문을 축약한 내용이다.
이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추가적으로 물어볼 질문은, 과연 '신자유의적 현상'이 현재의 걱정과 불안의 물질적 사회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가? 한국의 역사적 맥락과 다른 점이 있는가? 하나의 사회적 체제에서 인간은 자기생산(autopoiesis)적인 형태를 띤다.
그리고 안정한 일부의 사람들이 또 다른 가치에 귀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부를 추구하며 자기 자신을 걱정의 영역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가?
금융권 연구에서는 수량적 화폐 욕망에 순응하면서도 어느새 화폐를 초연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멘탈리티가 작동할 때가 있다. 한 인터뷰이는 "처음에 종잣돈 몇 천만 원으로 할 때야 오를 때 느낌이 있지, 하루에도 억 단위로 돈이 왔다 갔다 하면 이건 감각이 없어지거든."이라고 했다.
스타트업은 일부의 안정적 사회적 요건을 갖춘 창업자들과 일부를 제외하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을 실패한 사람들이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분화는 어떠한 갈등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여기에서 '걱정'은 어떠한 형태로 표출되는가?
진행사항
- 오늘
. 챕터 재구성 50%, 금융시장의 근심(anxiety) 관련 논의, 본문 작성
. 공부시간 6시간
- 내일
. 챕터 재구성 70%, 경제적 자유에 대한 문헌, [지능기계 시대의 전쟁] 읽기
. 공부시간 8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