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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우리의 밝은 미래

D-76 한국 금융시장 핀테크 스타트업 논문


나는 작고한 개념미술가 박이소를 좋아한다. 2018년 박이소 [기록과 기억] 전에 몇 번 찾아갔고 박이소 프로젝트에도 잠깐 참여하기도 했다. 자주 품절돼서 구하기 어려웠던 기록과 기억 전의 도록도 어렵게 구매할 수 있었다. 그는 아이러니를 통해서 현대 미술을 비평, 혹은 미술 권력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작품 중에 하나는 아래 그림처럼 [우리의 밝은 미래]이다. 흰 벽에다가 아주 밝은 램프를 비추고 있다. 벽을 비춘 빛이 매우 밝다. 근처 그리고 그 나머지는 어둡다. 근대적 발전 사관을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그리고 밝은 미래가 있으면 꼭 있어야 될 것 같은 어두운 과거와 현재는 상당히 밝은 조명에 가린 약한 전등 지지목들처럼 밝음을 어렵게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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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바쁘게 돌아가며 언제나 100% 이상의 목표 달성을 당연시 여기며 '긍정'을 주무기로 삼아왔던 기업에서 10년을 생활했다. 인간은 무엇보다 환경을 이겨내기보다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에 살아남았으며 나의 기업생활 10년은 호불호와 상관없이 나를 그 기조를 체화시키기가 충분한 기간이다. 나는 그곳에서 자유롭기 그지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된 기업 내에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인문대 박사과정에 들어와 처음에 겪었던 '부정' 혹은 '비판'의 문화는 나의 자유스러움 바깥에 자리하고 있었다. 여전히 앞선 10년과 박사과정의 6년이 다되어가는 기간에 명암이 내 몸에 고스란히 남아있고 뇌의 계곡과 능선의 결합처럼 피부에 주름져 있다. 여전히 나는 그 간극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인문학에서는 계속해서 왜를 묻는다. 목적과 이유를 끊임없이 재 질문한다. 그 벼려낸 결과가 글로 드러난다. 기업에서는 주로 어떻게를 묻는다. 항상 일 말미에 물어보는 질문 "그래서 어쩌자고?"이다. 학석박을 내리 했던 선배가 처음에 회사에 들어와서 상당히 놀랐던 것은 '일정'을 가지고 사람들이 핏대를 세울 때였다고 한다. 그에게 논문의 분석이 중요하지 결론 및 제언은 100년 뒤에 이뤄질지 이 세계 종말에 이뤄질지 모르는데 일단 쓰고 본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일정'이 부러지면 모든 것이 뒤틀린다. 모든 비즈니스의 결과는 '시간'을 다루게 되어있다. 스태프의 역할은 상사의 시간을 줄여주는 일이며, 조직이 있는 이유도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딱딱하고 지루한 말들을 체화했던 그들에게 시간은 목숨과도 같았다.


아마도 사회는 그런 시간성이 순환될 것이다. 결국 학문이나 산업의 세계 모두 일정 수준의 성취를 얻으려면 기갈나게 시간을 잘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학문의 세계처럼 차가운 곳이 없기도 하다. 산업의 세계는 그나마 돈이 돌기 때문에 먹고라도 살 수 있는데 학문의 세계는 그와는 다르다. 시간의 다른 효과성을 창출하는 곳에서 학문과 산업은 뾰족한 성과를 만나게 된다.


나는 결국 박사논문 성과라는 그것에 매달려있다. 누군가의 책 제목처럼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떼어놓을 수 있는 용기가 가장 큰 자유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자유는 무언가를 이룬 다음에 깃털처럼 가벼이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함과 하지 않음의 경계에서 나다움에 대한 신장이 자유이겠으나, 나는 그 경계를 언젠가는 넘나들겠지 하는 밝은 미래를 꿈꾸지 않으며 지금의 한 발자국, 한 글자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어리석은 인문학의 활용이 '인용'의 자기합리화인데 발터 벤야민의 문구 하나를 인용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한 걸음 걸을 것이냐, 아니면 멈출 것이냐에 달려있다. 혹은 누구나 다 아는 말처럼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다. 우리의 밝은 미래를 어떻게 표현했던 박이소도 일단 전구부터 샀을 것 아닌가.


금융의 빛과 그림자를 말하려다 자위적인 글이 되고야 말았다.


- 오늘 한 일

.스크리브너(Scrivener) 구매해서 활용: 일단 깊은 기능은 모르겠으나, 단락단락 나눠져 있으니 좋다.

.1.1 문제제기 2.5쪽 씀, 추가 인터뷰 1명 진행(스타트업 CCO, Chief Culture Officer)

.공부시간: 4시간


- 내일 할 일

.새롭게 프로젝트 참여하게 되니, 명확한 시간 자원을 체크할 것

.1.5 논문의 구성 재작성, 1.3 금융노동 개념 기술

.공부시간: 4시간


사진출처: https://www.sedaily.com/NewsVIew/1RX055H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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