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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육아일기] 아이의 굳은살(D+230)

결혼 12년 차 육아 1년 차


 성큼이가 태어난 지 230일, 7개월 넘어 8개월이 돼간다. 태어났을 때 체중이 3.03kg, 키가 52cm였는데, 이제 9kg이 되었고, 키가 70cm를 육박한다. 많이 컸다. 체중이 3배 가까이 늘었고, 두 번은 접어야 했을 옷소매도 이제 튼실한 허벅지에 꽉 끼어서 입지 못하는 옷이 생겼다. 자기 몸이 어디까지인 줄 몰랐었던 때, 팔다리를 휘젓기도 어색했는데, 이제는 손가락 마디마디를 사용하고, 무릎을 써서 일어나려고 한다. 웃으면 분홍색 잇몸만 보였는데 이제 아래 두 개 위의 두 개 앞니가 자라났다. 보는 사람들 마다 제법 아이가 된 것 같다고 한다. 

 

  거실 매트리스에 몸을 누이면 어쩔 줄 몰라서 울었던 성큼이는 이제 매트리스 위에 앉았다가 배를 깔고 누웠다가 허벅지 힘으로 다시 앉기를 반복한다. 아이는 자기 몸을 안간힘을 써서 움직인다. 그에게 한순간도 대충이 없다. 그 행동이 모여 아이의 삶을 이루게 된다. 아내가 포착한 아이의 으랏차차 사진은 놀라움과 뭉클함이 있다. 언제 저런 힘을 가지게 되었고, 혹은 언제 저런 용기까지 낼 수 있게 된 걸까. 아이는 끝없는 반복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있다. 

  발끝으로 몸의 균형을 맞추기에는 어려운 아이는 엄지발가락이 있는 발의 안쪽 '날'에 힘을 준다. 거실 바닥을 기어 다닐 때 상당히 리드미컬하다. 그때도 낮은 포복자세를 취한다. 왼쪽 팔꿈치가 움직일 때 오른쪽 무릎이 굽혀지면서 발의 안쪽 날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나간다. 난 다시금 아이의 양발의 안쪽 '날'에 생긴 굳은살을 보며 뭉클해졌다. 

 아이가 움직이지도 못하다가 기다가 앉다가 걷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방식일 수 있겠지만, 그 순간순간의 몸의 변화는 자못 놀랍다. 이는 평균적이기보다는 개별적이며, 보편적이기보다는 특수성이 있다. 아이의 몸무게, 신장이 평균을 보다 높다 낮다는 것은 설득력은 있으나 절대적일 수는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첫 검진 때 저체중일 수 있다는 진단도 있었지만 급격히 자라난 아이는 평균보다 더 무겁고 더 길다. 아이는 나름의 시계열을 가지고 자신을 키워나가고 있다. 매 순간이 쌓여서 아이가 걷게 된다면 지금의 나처럼 발바닥이 딱딱해지고, 심해지면 발끝의 굳은살을 목욕탕에서 불려서 뗄 정도가 될 것이다. 내 발 안쪽 날의 엄지발가락에 남아있는 굳은살도 아이의 기어 다니는 노력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성큼이의 몸에는 주름도 없었지만 무릎을 굽히면서 주름이 생겼고, 발을 움직일수록 발 주변의 피부가 굽혀지고 주름이 생긴다. 벌써 엄지발가락의 피부가 살짝 벗겨지기도 했다. 나름의 걸음으로 굳은살을 만들어간다. 나이 든 이의 굳은살과 주름을 보며 삶을 반추하는 것같이 아이의 주름과 약한 굳은살에도 시선이 움푹 들어간다. 그렇게, 아이는 사력을 다해 움직이고 내 마음은 그 모습을 따라 유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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