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도영화제에서
2025 인도 영화제는 13회를 맞아 2025년 11월 12일 서울 한국영상자료원(KOFA) 시네마테크에서 개막했습니다. 주한 인도 대사관 주최로 열린 개막식에서는 니시 칸트 싱 차석대사가 문화와 영화가 국가 간 상호 이해와 연결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막작은 2011년 인도 영화 "진다기 나 밀레기 도바라(Zindagi Na Milegi Dobara)"로, 스페인으로의 총각파티 여행을 떠난 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자아 발견과 관점의 변화를 탐구합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영상자료원을 방문하세요.
인도대사관 초청장을 받은 순간부터 오늘 하루는 조금 특별했다. 가을비가 그친 뒤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한국영상자료원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오래된 영화 필름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인도의 붉은 사원과 파란 하늘이 펼쳐진 포토월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두 나라의 국기가 나란히 서 있는 그 장면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으로는 가까운 두 문화가 한 자리에서 살며시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문화의 온도가 닿는 순간
오늘 가장 따뜻했던 순간은인도문화원 원장님과 마주 선 시간이었습니다.
짧은 인사였지만, 그분의 눈빛에는 한국에서 인도 문화를 전하고 가꾸어온 긴 시간의 흔적이 고요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나라와 언어를 넘어서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보았습니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마음을 건네고 차이를 다름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 얼마나 값진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크린 앞에서
극장 안의 불이 꺼지자 스크린 위에 천천히 글자가 떠올랐다.
〈한 번뿐인 내 인생〉Once is Enough.
오늘 이 제목은 단순한 영화 제목을 넘어 나에게 하나의 문장, 하나의 다짐이 되었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흔들렸던 날들의 중심에서 “오늘 하루도 단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이 가슴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울렸다.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초청장은 손에 남아 있었고, 조금 전 인도문화원 원장님과 나누었던 손의 온기가 아직 잔잔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
나는 종종,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의도치 않은 날에 찾아온다고 믿는다. 오늘도 그랬다. 그저 초청 받아 영화를 보러 간 하루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버렸다. 문화가 삶을 흔들어 깨우는 방식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그 힘은 오래 남는다. 오늘의 인도영화제 개막식은 내 마음의 기록장 한 칸에‘한 번뿐인 만남, 한 번뿐인 하루’라는 문장을 남겼다. 내 인생도, 당신의 인생도 오직 한 번뿐. 그러니 오늘을 더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오늘 영화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2025년 11월 16일
- 신점숙